[프리즘]공제조합

공제조합은 조합원이 서로 돕고 협력하기 위해 만든다. 주로 같은 산업·직종·회사 종사자를 구성원으로 한다. 시작은 18세기 영국 `우애조합`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조합원이 질병·실업·사망 등에 대비해 일정 금액을 모았다가 사고가 발생하면 지급했다. 근대 산업사회 산물이다. 이것이 `사회보험` 형성의 기반이 되기도 했다.

콘텐츠업계에서 지난해 말 이후 희비가 교차하고 있다. 정부 주도로 추진했던 콘텐츠공제조합이 또 다른 정부 반대로 제 역할을 못할 위기다. 문화체육관광부는 3년간 정부 출연금 500억원 등 총 1000억원 규모로 조합을 결성할 계획이었다. 이 기간 보증 등으로 2조원 가까운 자금이 기업에 흘러들어갈 예정이었다. 업계의 영원한 숙제인 자금난 해소가 기대됐다.

그러나 기획재정부가 정부 출연에 제동을 걸었다. 공제조합 취지에 맞지 않다는 것. 조합원이 각출해야지 왜 정부가 나서야 하느냐는 것이다. 한번 출연하면 또 다른 유사 조합이 탄생한다는 이유도 내놓았다. 첫해 200억원 결성 재원이 물 건너갈 위기다. 재정부가 예산에 일절 반영하지 않았다. 문화부는 예산 반영을 위해 중소기업계와 함께 국회를 설득할 계획이다. 하지만 쉽지 않아 보인다.

이번 결과에 의견은 엇갈린다. 문화부가 과욕을 부렸다는 지적도 있다. 재정부가 콘텐츠 산업 특성을 이해하지 못했다는 분석도 내놓는다. 시각이야 어떻든 조합 파행은 막아야 한다. 업계를 취재하다 보면 정부를 믿었다가 피해를 보는 업체가 허다하다. 정책이 바뀌자 회사가 갈피를 못 잡고 쓰러지는 것이다. 조합이 파행하면 피해는 고스란히 믿었던 기업체로 돌아간다.

재정부는 콘텐츠공제조합 운영비 10억원을 예산에 반영했다. 기본재산 출연은 반대했지만 조합 출범에는 공감했다. 그렇다면 조합의 기본재산 마련을 고민해야 한다. 영세한 콘텐츠업계만을 믿어선 안 된다. 다른 해법을 찾아야 한다. 그게 정부며 국민이 원하는 공무원이다.

김준배 벤처과학부 차장 j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