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3차원(D) 영상산업 실수요를 제대로 예측하지 못해 정부 예산으로 구매한 고가 3D 중계차가 창고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현재 장비 이용률이 극히 낮지만 정부부처 산하기관이 내년 새로운 3D 중계차를 앞다퉈 도입할 예정이다. 효율적인 예산 집행을 위한 거버넌스 체계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전자진흥회는 3D 중계차를 지난 7월 9일부터 운영 중이지만 최근 한 업체만 신청해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0억원에 달하는 3D 중계차를 이용하는 업체가 석달간 한 곳에 불과한 셈이다. 수요가 많지 않다는 얘기다.
콘텐츠진흥원은 이 같은 저조한 이용실적에도 불구하고 내년 3월 8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3D 중계차를 새로 도입한다.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에서는 3D 중계차 수요가 줄자 당초 3D 중계차 도입 계획을 백지화했다. 대신에 총 90억원의 예산을 들여 HD 중계차 2대를 도입할 계획이다.
현재도 3D 중계차를 이용하는 업체가 거의없는 데 3D 중계차가 더 늘어나면 무용지물로 전략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3D 콘텐츠를 공급할 방송 플랫폼은 당초 예상과 달리 크게 활성화하지 않는 상황이다. 3D 채널을 운영 중인 KT스카이라이프는 3D 채널을 조만간 없애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3D 콘텐츠 수요가 생각보다 많지 않기 때문이다.
KBS도 3D 실험방송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업계는 몇 년 전 3D 영화 `아바타` 붐이 일었을 때 정부가 성급하게 3D사업에 과도한 투자를 했다고 지적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가 아바타 붐이 일어날 때 분위기에만 편승해 정확한 수요예측을 하지 않고 주먹구구로 투자하면서 이같은 일이 일어났다”고 꼬집었다.
이종관 미디어미래연구소 박사는 “소비자들이 3D를 어떻게 이용하고 그들에게 영향을 미치는지를 고민하지 않은 정부의 문제”라며 “3D 공급이 수요를 만든다는 접근 방식의 결과”라고 지적했다. 이 박사는 “정부가 실수요자들을 좀 더 면밀하게 조사한 후 3D 제작 장비 공급을 조절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한범 한국방송기술산업협회 사무총장은 “아바타 붐이 불때와 달리 현재 시점에서는 KBS도 3D 실험방송을 안하고 스카이라이프도 3D 채널을 접는 등 플랫폼도 거의없는 데 3D 예산을 많이 투자하는 것은 예산을 낭비하는 꼴”이라며 “3D 중계차가 애물단지가 되지 않도록 정부가 좀 더 신중히 3D산업에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지연기자 now2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