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 반도체(SoC)는 스마트기기·전기차 등 차세대 산업의 핵심 부품입니다. 전문 인력 확보가 우리나라 SoC 기술 경쟁력 확대의 관건입니다”
한태희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시스템반도체 PD는 설계 전문 인력 확보에 우리나라 시스템 반도체 산업의 미래가 달렸다고 역설했다. 그는 “SoC는 메모리 반도체와 달리 설계 인력 수요가 많고 자동화가 어렵기 때문에 전문 인력이 핵심 경쟁력을 좌우한다”며 “원천기술, 우수인력, 자본 등 고급 인프라를 두루 갖춘 미국·일본·유럽 등이 석권하고 있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SoC는 메모리 반도체와 같은 생산 규모인 경우 5~10배 정도 많은 인력이 필요하다.
지경부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SoC 시장 규모는 1965억 달러로 전체 반도체 시장의 55%를 차지했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16%)보다 3배 이상 큰 규모다. 우리나라의 SoC 시장 점유율은 올 상반기 5.4%에 그쳤다. 무엇보다 전문 인력이 부족한 탓이다. 한 PD는 “SoC 시장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선 응용 시스템에 대한 지식과 기술을 갖춘 인재 풀을 확대해야 한다”며 “정부와 기업의 지속적인 교육 인프라 구축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산학협력, 반도체설계교육센터(IDEC), 대학IT 연구센터 육성사업(ITRC), 해외인력 유치 등을 통해 SoC 산업을 지원하고 있다. 한 PD는 국내 대학에 대한 지원이 여전히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미국·일본 등 SoC 선진국들이 대학에 적지 않은 연구개발금을 지원해 우수 학생 유치를 돕는 반면 우리나라는 아직 이렇다 할 지원책이 없다. 그는 “기업은 지경부가, 대학은 교과부가 관리하기 때문에 일관된 정책을 추진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정부 각 부처가 긴밀한 협의를 통해 효율적인 대안을 도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정 대기업에 편중된 기형적 인력 구조도 문제점으로 꼽았다. 최근 페이스북, 카카오톡 등 벤처 기업이 잇따라 성공을 거두면서 국내 이공계 인력들은 소프트웨어·통신 산업을 선호하는 추세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동부하이텍 등 반도체 대기업들은 고용 연계, 장학 프로그램 등을 통해 인재 확보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중소 업체들은 자금 부담 때문에 이 마저도 쉽지 않다. 한 PD는 “현재 국내에서 가장 큰 중견 팹리스의 매출은 3000억 원 정도로 대기업과 비교가 되지 않는다”며 “SoC 시장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선 대중소 상생 협력을 통한 인력 배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