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시간 연장을 둘러싼 논쟁이 중반에 접어든 대선 정국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대선 레이스 초반 이슈였던 `경제민주화`에 이어 오후 6시인 현행 투표마감 시간을 8시 또는 9시까지 늘리는 법 개정을 놓고 캠프 간 신경전이 뜨겁다.
문재인·안철수 캠프는 박근혜 캠프에 대해 “더 이상 말바꾸기, 발빼기 정치를 그만하라”고 요구했고, 박근혜 캠프는 “다각적인 면을 고려해 국회에서 논의하자”고 맞섰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캠프는 1일 박근혜 후보의 입으로 통하는 이정현 공보단장의 말뒤집기에 대해 맹비난했다. 문재인 대선 후보가 지난달 31일 `투표시간 연장과 선거보조금 개혁안`을 동시에 통과시키자는 이정현 새누리당 공보단장의 제안을 수용한 데 대해 새누리당이 개인의 의견일 뿐 당론이 아니라고 부인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문재인 후보 측은 “국민의 투표가 두려운 후보가 어떻게 대통령이 될 수 있느냐”며 “박근혜 후보가 국민의 참정권 보장에 전향적으로 나설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김부겸 민주통합당 선거대책본부장은 이날 브리핑을 갖고 “(우리당이) 배수진을 친다는 생각으로 이 문제를 받아들였든데, 이제와서 이렇게 하는 것은 정말 몰지각한 일”이라면서 “중소·중견기업에서 근무를 해야 하는 근로자들의 심정을 정확하게 헤아려 줬으면 한다”고 밝혔다.
진선미 캠프 대변인 역시 “2004년 재보궐선거부터 투표시간이 오후 8시로 연장되면서 평균 3.4% 투표율이 증가했다”며 “총 유권자수를 4000만명으로 설정할 경우 충북(122만명)과 강원(123만명) 유권자수보다 많은 134만명이 더 투표를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안철수 후보 캠프도 박근혜 후보 측을 강하게 압박했다. 김성식 선대본부장은 이날 오전 브리핑에서 “투표시간 연장과 관련해 새누리당 측이 갑자기 오리발을 내밀기 시작했다”며 “낡은 정치행태로 국민 주권 문제를 돈으로 따지려는 것이야 말로 민주주의 인식 부족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 본부장은 “선관위 조사에서도 2010년 지방선거의 경우 바빠서 투표를 못했다는 응답이 55.8%에 달하는 등 휴일이었어도 6시까지 투표하기 어려운 유권자가 많았다”며 “투표시간 연장이 국민주권의 온전한 발의를 위해 얼마나 중요한 문제인가를 말해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 본부장은 “새누리당은 사실상 이제는 정치쇄신을 기대하기 어렵고, 1인이 좌우하는 사당이 되었다고 생각한다”며 “투표 연장 거부에서 나타나는 민주주의 인식 부족, 권위주의적이고 사당화된 새누리당의 현재 모습이야 말로 민주주의와 새로운 미래를 위해 극복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새누리당은 이정현 공보단장 발언을 `개인 의견`으로 축소하면서 파장 확산을 막는데 주력했다.
박선규 중앙선대위 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확인 결과, 이 단장은 `먹튀`와 투표시간 문제를 국회에서 함께 논의하자고 얘기한 것이었다”며 “동시에 논의하자는 말이 `연계`로 오해됐다”고 설명했다.
당사자인 이 단장도 이날 오전 MBC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두 법을 교환하자고 한 것이 아니라 어차피 입법 사안이니 국회에서 논의하자고 얘기했다”고 해명했다.
새누리당은 투표시간 연장에 대해서는 “시간문제 뿐 아니라 접근성, 유권자 인식 제고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국회에서 논의해야 한다”는 원칙론을 유지했다.
권상희·김원석·이호준기자 shkw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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