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저소득층 재송신료 면제 반발…돈 앞에 버린 공공성

지상파 방송사가 의원 입법으로 추진 중인 유료방송 디지털 전환 특별법 가운데 `저소득층 재송신료 면제` 조항에 강력 반대했다. 수익이 감소할 뿐만 아니라 면제 조항이 법으로 명시되는 것이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하지만 민간 사업자인 통신사도 저소득층에 통신요금을 감면해주는 상황에서 공공성을 우선시해야 할 지상파가 자기 잇속만 챙긴다는 비판이 높다.

4일 방송업계에 따르면 새누리당 김장실 의원이 발의를 준비하는 `디지털전환과 디지털방송의 활성화에 관한 특별법`과 관련해 지상파 방송사가 `저소득층에 대한 재송신료 면제`를 수용할 수 없다며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지상파 방송사는 법에 저소득층 재송신료 면제를 명시하면 다른 면제 조항들이 생길 수 있고, 결국 저작권료를 받지 못하는 상황까지 갈 수 있다는 주장을 펼쳤다. 유료방송 사업자가 재송신료에 의지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저소득층 요금을 감면해줘야 한다고 밝혔다.

유료방송사업자들은 이해할 수 없는 억지라며 맞섰다. 우리나라는 교육, 의료, 금융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정부가 저소득층 지원 혜택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민간 영역도 통신요금 감면 등의 혜택이 있는데, 공익성이 강한 지상파 논리가 궁색하다는 주장이다. 통신요금은 기초생활수급자에게 가입비와 월정액 면제(1만3000원 한도), 통화료 50% 감면 혜택을 준다. 차상위 계층도 가입비와 월정액을 면제하며, 통화료를 35% 감면해준다.

디지털 전환과 관련해 케이블 방송사는 저소득층을 위한 저렴한 디지털 요금제 상품을 만들 예정이다. 셋톱박스 없이 볼 수 있는 클리어쾀TV 등을 보급하기로 하는 등 지원책도 준비 중이다.

가장 공공성을 따져야 할 지상파 방송사가 재송신료 면제를 거부하는 것에 제 이익만 생각한 주장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유료방송사업자 관계자는 “아날로그 유료방송에선 모든 가입자에게 재송신료를 받지 않다가 디지털로 전환하면서 거액의 재송신료 수익을 얻게 되고 이 가운데 일부 저소득층만 면제 혜택을 주자는 것인데 이마저도 못하겠다는 것”이라며 “저소득층에게 재송신료를 면제하는 것은 지상파 이미지를 위해 좋은 일인데 왜 민감해 하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방송계 관계자도 “지상파가 재송신료를 받는 대상 중 저소득층은 정말 소수라서 금액도 많지 않다”면서 “케이블 사업자도 저소득층에 한해 저렴한 디지털 요금제나 저소득층을 위한 클리어쾀 TV를 만들기로 했는데 오히려 지상파는 아날로그에서 받지 않던 재전송료를 받겠다고 하니 저소득층 부담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김장실 의원실 관계자는 “저소득층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면서 “하지만 지상파 방송사들의 반대가 강해 기존 조항 수정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권건호·전지연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