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이나 방법이 특허와 일치하면 당연히 침해다. 하지만 회피 설계를 하더라도 비슷하면 침해가 되는 경우가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바로 `균등론 침해` 이론이다. 특허침해가 성립하려면 모든 요소기술이 제품에 존재해야 한다. 예컨대, 청구항에 기재된 요소기술 조합이 A+B+C 인데, 제품이 A+B+C 요소기술을 포함하면 명확한 문언상 침해다.
C기술 대신 회피 설계로 전혀 다른 기술 D가 포함된 A+B+D 제품은 당연히 비침해가 된다. C기술을 제외한 A+B 제품도 비침해다. 그런데, C와 비슷한 C′ 회피기술이 포함된 A+B+C′ 제품은 침해일까 아닐까. 문언상 침해는 아니지만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C′가 C와 실질 차이가 없다면, 균등론 침해로 간주한다. 비슷한 방법·역할·결과를 초래하는 경우다. 청구항 문언 그대로 범위만 보호한다면, 누구나 하찮은 변경으로 특허를 회피할 수 있다. 그러므로 청구항 기재 범위의 주변도 확장 보호해 특허권자에게 실질적인 권리를 주자는 것이 균등론 취지다.
이전 글에서 포레스트 검프 영화의 케네디 대통령 립싱크에 대한 특허소송을 예로 들었다. 영화배우 입모양을 새로운 언어 대사 입모양으로 고치는 특허에서 언어가 복수로 기재되어 있는데, 영어 대사를 영어 대사로 고쳤으므로 문언상 침해는 아니다. 그러나 여기서 끝나지 않고 균등론 침해를 따져야 한다.
특허 청구항에 `성우를 써서 새로운 언어의 대사에 해당하는 입모양을 측정해 디지털데이터를 생성한다`고 기재되어 있다. 영화에서는 조지 루카스 감독 회사가 특수효과를 맡아 예술 감독이 거울을 보고 새로운 대사 입모양을 해보고 상업 소프트웨어를 이용하여 입모양을 고치는 작업을 했다. 이미지를 다른 형태 이미지로 점차적으로 변환시키는 `일래스틱 리얼리티(Elastic Reality)`라는 모핑 소프트웨어를 사용했다.
법원 침해 판단에서, 거울 입모양을 보고 입모양을 추정한 행위 C′가 입모양의 디지털 측정이란 C′ 특허 요소기술에 해당하는지가 문제가 됐다. 문언상 침해는 아니지만 균등론 침해를 따져보면, 입모양 추정은 인간의 머리에서 일어났으므로, A+B+C′가 아니라 아예 C 요소가 부재한 A+B 경우가 된다. 요소 기술의 균등론 적용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이야기다. 결국, 균등론 침해도 부정이 되고 파라마운트 영화사가 승소했다.
국제 특허분쟁은 명확한 문언상 침해는 드물다. 기업이 회피설계를 시도하기 때문이다. 회피설계에도 불구하고 특허분쟁에 휘말리면, 균등론 침해 여부가 중요하다. 균등론의 확장 권리 범위는 특허의 지위에 따라 다르다. 특정 분야에서 선구적인 지위의 발명이라면 넓게 확장 해석이 되나, 개선 발명에 불과한 경우는 좁게 확장 해석이 된다.
고충곤 인텔렉추얼 디스커버리 부사장(ck.ko@i-discover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