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심판은 특허권 분쟁 해결을 위한 행정절차다. 특허무효심판이 대표적이다. 이해관계자 또는 특허심판관이 무효 사유가 있을 때 신청한다. 특허 요건에 어긋나거나, 특허를 받을 수 없는 발명이거나, 타인이 미리 출원했거나, 발명의 상세한 설명 규정에 어긋날 때 등 다양하다.
전자신문이 지식재산(IP)리더스포럼을 운영한다. IP산업을 차세대 성장 동력원으로 보고 업계 의견을 듣기 위해서다. 지난주 이재훈 특허심판원장을 초청했다. 이 심판원장이 `특허무효`를 화두로 꺼내자 업계 리더가 너 나 할 것 없이 쓴소리를 뱉었다. 특허무효율이 너무 높다는 것이다.
이유는 다양하다. `전문성`을 많이 꼽았다. 특허 분쟁은 대개 장기전이다. 판사가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다음 재판부로 넘긴다. 시간은 청구(소송)자에겐 기회다. 새로운 무효거리를 찾는다. 약자인 특허권자는 없는 `돈`과 `시간` 탓에 준비가 부실해진다. 판결 내용에 그대로 반영된다.
`사후적 고찰`도 일맥상통한다. 출원 당시엔 반향이 큰 기술이고 서비스였다. 시간이 지나자 의미가 퇴색한다. 현시점에서 보자 특허로 인정할 정도의 판단이 서지 않는다. 백만기 IP리더스포럼 회장은 우리 특허무효 시스템을 “특허권자가 불리한 게임을 하게 돼 있다”고 표현했다. 실제 과정을 보면 마치 특허권자가 큰 잘못을 한 것처럼 느껴진다. 아이디어를 개발해 당당히 특허를 등록했건만 정부와 법원은 공격자 목소리에 더 귀를 연다. 문제다. 아이디어·기술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특허출원을 하는 걸 꺼리게 만든다. 무효화 상실감은 특허권자가 아니면 모를 것이다.
물론 악의적이거나 선행 조사를 충분히 하지 않았다면 책임을 물어야 한다. 하지만 `시간 끌기` `억지 주장`으로 특허권자 피를 말리는 행위에 정부·사법기관이 넘어가서는 안 된다. 이래서는 IP후진국이란 지적을 면하지 못한다. 무엇보다 발명가 의욕을 꺾어 국가 경쟁력에 치명적인 손실로 이어진다.
김준배 벤처과학부 차장 j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