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네이트 실버라는 민간 분석가는 스스로 고안한 야구선수 기록 예측 프로그램을 이번 대선에 적용해 오바마의 재선을 정확히 예측해냈다.
오바마 대통령으로서는 지난 2008년에 이어 거푸 네이트 실버의 `족집게` 예측이라는 힘을 받았으니, 엎드려 절이라도 올려야 할 정도로 고마운 존재일 것이다.
확률 게임과 그에 따른 승부를 즐기는 미국 문화에서는 이런 호사가들이 곧잘 유명세를 탄다.
우리나라 대선도 37일 앞으로 다가왔다.
경향 각지의 `용하다`는 사람들이 자신의 `촉`을 믿으라고 설치지만 공감을 얻기보다는 술자리 안줏거리 정도에 그친다. 날마다 쏟아지는 여론조사 결과도 참고자료일 뿐 절대적 신뢰는 얻지 못한다. 우리 국민성이 워낙 역동적이고 확확 뒤바뀌는 것도 작용했을 게다.
그만큼 우리 선거는 결과를 수치로 예측하기 어렵다. 결과에 따라 5년간 세상도 극단적으로 갈리고 변화한다.
여러 번 대선을 겪어봤지만 이번만큼 `누가 되더라도`가 통용되는 선거도 없는 것 같다. 지금까지는 정반대 논리와 정책으로 표를 얻어온 선거였으니 `내가 되면` 또는 `저 사람이 되면`이 판을 쳤다.
내놓은 약속대로라면 이번엔 선거 결과에 관계없이 진행될 일이 참 많다.
정치 쇄신, 검찰 개혁, 대기업 순환출자 금지, 대학 등록금 인하, 정년 연장 등이 빅3 후보 공약에 다 같이 들어 있다. 여기에 과학기술·정보통신기술(ICT)·콘텐츠 강화와 인터넷 자율성 확대 등도 같은 소리를 내고 있다.
어떤 주제는 당사자들을 불편하고 불안하게 만든다. 그러나 표를 얻어야 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일부 당사자는 괴롭히더라도 더 많은 국민이 반길 수 있는 쪽을 택한다.
과학기술·ICT는 현 MB정부가 너무나 잘못된 방향으로 몰아붙인 것이라 제자리로만 돌려놓아도 반쯤은 성공이라고 할 수 있다. 확실한 차별화를 위해 직전 정부 정책과 결별하려는 목적도 있다.
분명한 건 `누가 되더라도`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선거는 재미없어진다는 점이다.
그게 그것 같고 그 밥에 그 나물이면 금방 질린다. 선거는 감동과 반전이 있어야 제대로 즐거워진다.
물론, 이번 선거 공약 본선 대결은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
아무래도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야권 단일후보가 확정된 뒤 전쟁은 불을 뿜을 것이다.
그러나 그때도 지금처럼 누가 되더라도 판의 연속이면 선거 열기는 금방 식을 수도 있다.
선거는 누가 되는지의 싸움이다.
그래서 문제는 누가 되더라도가 아니라 무엇을 할 것인지다. 내가 이 일을 이렇게 하겠다는 약속을 내놓고 표를 구하라.
이진호 경제금융부장 jho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