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상에서 주민번호를 수집할 수 없도록 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정보통신망법)`이 시행된지 석달이 지났지만, 회원 1만명 이상 대형 사이트의 전환율이 40%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내년 2월부터 계도기간이 끝나고 법적 처벌이 시작되면 대다수 중소업체가 과태료를 내는 사태가 빚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특히 중소사업자가 운영하는 웹사이트 전환이 부진해 정부 차원의 지원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11일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일 평균 방문자수 1만명 이상 주요 웹사이트 1200여개 중 주민번호 미수집 전환한 곳은 40% 안팎인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일 평균 방문자수 1만명 미만인 중소 웹사이트는 대부분 미전환 상태인 것으로 추산된다.
중소 사이트는 정확한 통계도 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실제로 중소 온라인 쇼핑몰 등은 대부분 회원가입시 여전히 주민번호를 수집하고 있다.
방통위 관계자는 “대형 사이트는 상당부분 전환했고, 현재 전환 작업을 하는 곳도 많은 것으로 안다”면서 “중소 사이트는 통계도 내기 어렵고, 대부분 미전환 상태로 남아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우리나라 전체 웹사이트가 180만~200만개 정도로 추정되는데, 이 중 절반 정도가 웹호스팅 업체를 통해 사이트를 관리한다”면서 “웹호스팅 업체에 기술을 지원해 관리하는 사이트 시스템을 일괄적으로 전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개정 정보통신망법은 지난 8월18일부터 시행했으며, 시행 후 6개월 동안은 계도기간을 갖는다. 하지만 현재 상태로 가면 중소 웹사이트 대부분이 3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내는 처벌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규모 처벌 사태를 막기 위해 정부 차원의 제도적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방통위가 제공하는 지원은 한국인터넷진흥원(KISA)과 함께 `인터넷 주민번호 클린센터`를 통해 무료컨설팅과 주민번호 미수집 전환에 대한 절차와 방법 등을 안내에 그친다. 지원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직접 기술지원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된다.
대안으로 꼽히는 것은 웹호스팅 업체에 기술을 지원하고, 관리하는 사이트에 일괄 적용하는 시스템 포맷을 만들어 배포하는 방안이다. 올해 방통위가 시범사업으로 약 400개 중소업체 웹사이트 전환을 지원하기도 했다. 문제는 웹호스팅 업체가 140여개나 돼 사업을 본격화하려면 상당한 비용이 든다는 점이다.
웹호스팅 업체 관계자는 “중소사업자들의 경우는 아직 주민번호 수집금지를 모르는 경우도 있다”면서 “개정된 법을 지키도록 실질적인 도움을 주려면 정부가 웹호스팅 업체에 기술을 지원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