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전체 수출에서 반도체·디스플레이·자동차·기계 등 12대 품목이 차지하는 비중이 점차 감소하고, 수출 성장을 견인하는 제품도 빠른 속도로 바뀐다. 글로벌 시장 트렌드가 급변하고, 제품 라이프 사이클이 빨라짐에 따라 우리나라 수출 전략도 진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14일 지식경제부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12대 전체 수출 품목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7년 83.7%를 기록한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해 지난해에는 79.9% 하락했다.
수출 제품 다변화는 긍정적이지만 주력 제품 수출 활력이 떨어진 것은 위험 신호다. 그동안 12대 품목이 우리나라 수출 성장에 미친 영향은 매우 크다. 지난 10년간 우리나라 연평균 수출 증가율은 13.9%지만, 12대 품목 수출 증가율은 14.3%를 기록했다.
12대 품목 내 수출 성장을 견인하는 품목도 시대에 따라 바뀌었다. 2000년대 초·중반까지 IT, 중후반은 자동차·기계 등 주력 제조업, 최근엔 에너지가 수출 성장을 주도한다.
2000년대 중반부터 TV용 LCD 시장을 선점하면서 우리나라 디스플레이 수출 금액 및 비중은 크게 증가했다. 최근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등 차세대 시장까지 선점해 꾸준한 성장세를 기록했다. 그러나 메모리 반도체 수출 비중은 최근 단가 하락 탓에 꾸준히 줄었다. 가전·컴퓨터·무선통신기기 등도 해외생산 확대로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휴대폰 해외생산 비중은 2008년 58.3%에서 지난해 77%로 늘었다.
주력 제조업도 자동차 해외 생산 비중 확대와 선박 업황 악화로 수출 증가세가 둔화했다. 일반기계와 자동차 부품 수출이 주력 제조업 전체 수출 하락 영향을 상쇄했다. 석유제품, 석유화학 등 에너지 수출은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중국 등 신흥국가 경제 발전 덕분에 석유화학 수요가 급증한 영향이다. 최근 대지진 이후 일본 에너지 수요가 증가했고, 한-EU FTA 발효 이후 유럽 수출이 증가한 점도 긍정적이다.
우리나라 주력 수출 제품 시장이 급변함에 따라 수출 전략도 재편돼야 한다는 게 대다수 전문가 의견이다. 자동차·선박, 기계류 등 주력산업은 IT융합을 기회로 고부가가치화하고, 석유·유화·발전 플랜트 등 에너지산업을 주력 수출 산업으로 육성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주력 수출 제품 해외 생산 확대에도 적극 대응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완제품 수출 하락폭을 부품·소재·장비 수출 증가로 상쇄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지식서비스 산업 등 신성장 산업 발굴도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조영태 지경부 수출입과장은 “자동차, 섬유 등 주력산업 및 가전, 무선통신기기 등 IT 산업의 생산기지 해외이전이 가속화되면서 국내 수출 기반이 약화됐다”며 “핵심 소재·부품·장비를 국산화해 해외 생산기지로 수출하는 국제 분업구조를 빨리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