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달변의 정치인, 눌변의 대통령

정치인들은 마이크를 잡을 기회가 많다. 주말에는 지역구를 찾아 각종 행사에서 축사를 한다. 평일에도 마찬가지다. 아침 조찬 세미나부터 저녁 향우회까지 발로 뛰고, 입을 통해 잠재적 유권자들과 소통하는 일상을 반복한다. 이러다 보니 대부분의 정치인들은 달변가다. 간혹 연설 도중 말실수를 하더라도 애드리브로 그 상황을 슬기롭게 넘긴다. “역시 정치인은 다르다”는 감탄사가 나오는 이유다.

재선에 성공한 오바마 대통령은 연설을 잘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명연설 대통령의 대표 주자다. 메시지가 분명하고 말에 힘이 있다. 청중의 가슴을 울리는 감동까지 전달한다. 어쩌면 오바마가 앞으로 4년간 백악관을 지키게 된 배경도 이 같은 연설이 청중의 마음을 끌어당겼기 때문이다. 청중은 가슴속에서 그를 찍게 만드는 무언가를 느낀다.

역대 대통령 중에도 명연설가가 많다. 미국 역대 대통령 가운데 케네디, 링컨, 클린턴 전 대통령이 꼽힌다. 국내에선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중 유세를 잘한 대통령으로 기억된다. 이들은 수많은 청중이 모이는 대중 유세에서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걸음을 사로잡았다. 대형 실내 체육관에 운집한 청중의 가슴을 파고드는 인상 깊은 유세와 연설을 했다.

18대 대선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 25·26일 이틀간 후보 등록을 마치면 29일부터 본격 대중 유세와 TV 토론이 열린다. 박근혜·문재인·안철수 등 유력 대선주자 셋의 연설 스타일은 다르다. 세 후보 모두 대중 연설에서 장점과 단점을 가지고 있지만 공통적으로 달변가는 아닌 듯하다.

공식 선거운동 기간에 세 후보가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는 어떤 능력을 보여줄지 궁금하다. 확실한 것은 감동과 진정성이 담긴 메시지를 전달하는 후보가 국민으로부터 `하트` 선물을 받을 것이라는 점이다.

달변의 정치인보다 눌변의 정치인을 더 선호하게 만든 것은 어쩌면 정치권이 풀어야 할 묵은 숙제다. 정치는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하는 것이다.

김원석 대선팀 차장 stone20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