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돈 들이지 않고 지상파로서 명분을 세울 수 있는데 왜 반대하는지 모르겠네요.”
최근 만난 한 케이블TV 임원이 `유료방송 디지털 전환 특별법(이하 특별법)`에 반대하는 지상파 방송사를 두고 이렇게 말했다.
김장실 새누리당 의원이 발의를 추진하는 특별법이 지상파 반대로 표류한다. 지상파는 김 의원 측에서 `저소득층 재송신료 면제` 조항의 우려를 불식하는 수정안을 냈음에도 더 강하게 반대했다. 아예 법안 발의 자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생각이다.
문제는 특별법 인식 차이에서 비롯한다. 지상파는 `특별법이 지상파 권리를 지나치게 제한해 특정 유료방송 영업을 지원한다`고 주장했다. 재송신료를 받지 못하는 자신들이 피해자라고 강조했다.
그런데 특별법은 지상파 권리를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지상파 위주로 만들어진 `디지털 전환 특별법`을 보완한 것이다. 전자신문이 방송계 교수 1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 전원이 이 같은 이유로 특별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지상파 방송 직접 수신 가구가 10%에도 못 미친다. 90% 이상이 유료방송으로 본다. 이를 위한 디지털 전환 대책이 없다면 오히려 문제다.
최근 여성민우회가 유료방송 가입자에게 `유료방송 가입 이유`를 묻자 65.8%가 `지상파 채널이 잘 안 나와서`라고 답했다. 유료방송을 통해야만 디지털 전환 혜택이 국민에게 전달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재송신료를 받지 못하는 피해자라는 말도 어폐가 있다. 지상파는 아날로그 케이블 가입자에게 재송신료를 받지 않는다. 이들이 디지털로 전환했을 때 받을 돈을 못 받는 것이지 받고 있던 돈이 줄어드는 게 아니다.
공공성을 강조하는 지상파 방송이라면 저소득층을 위한 통 큰 배려에 동의하는 모습이 필요하다. 더구나 민간 영역인 통신을 포함해 교통, 금융 등 다른 분야도 저소득층을 지원한다.
공영방송 KBS의 `설립 목적과 기능`은 `모든 시청자가 지역과 주변여건에 관계없이 양질의 프로그램을 제공받을 수 있도록 무료 보편적 서비스 제공을 위해 노력한다`로 돼 있다.
디지털 전환 혜택을 국민에게 확산하고 저소득층에게 재송신료를 면제하는 특별법에 반대하는 것이 이 설립 목적과 기능에 부합하는지 되묻고 싶다.
권건호 통신방송산업부 wingh1@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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