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는 18대 대통령선거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27일 전국을 누비며 날선 공방을 벌였다. 문재인 후보는 박 후보를 유신독재 세력의 잔재로 규정했고, 이에 맞서 박근혜 후보는 문 후보를 `실패한 과거세력`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대선이 일대일 양자 대결 구도로 굳혀지면서 네거티브 포격전이 불을 뿜었다.
◇박근혜 `문 후보, 실패한 정권의 비서실장`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는 첫 공식유세에서 새로운 리더십으로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박 후보는 이날 오전 서울 국립현충원을 참배한 뒤 KTX편으로 대전으로 이동, 대전역 앞에서 공식 선거유세를 시작했다.
박 후보는 “지금 대한민국은 준비된 미래로 가느냐, 실패한 과거로 되돌아가느냐 중대한 기로에 서있다”고 말했다. 자신을 `준비된 미래`로 소개하면서 노무현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낸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는 `실패한 과거`에 빗댔다.
박 후보는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하다. 권력 투쟁 정치에서 민생 중심의 생활 중심 정치로 바뀐다”며 “책임 있는 변화로 대한민국을 바꾸고 국민행복시대를 열겠다”고 강조했다.
대전역 유세는 서울, 부산, 광주를 동시에 연결해 인터넷 생중계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박 후보는 “억수로 반갑습니다(부산)” “광주 나오세요” “서울 나오십쇼”라며 세 곳 참석자와 간단한 대화를 나눴다. 이어 박 후보는 전국 16개 시·도에서 가져온 흙과 물을 섞는 합토·합수식을 가졌다.
대전 유세에는 최근 새누리당에 합류한 이회창 전 자유선진당 대표, 이인제 공동선대위원장 등 충청권 출신 보수 인사도 참석했다. 이 전 대표는 18대 대선을 보수와 진보가 아닌 `백과 흑의 대결`로 규정하고, 야권 후보 단일화를 `야바위 굿판`에 비유하는 등 강한 어조로 야권을 공격했다.
◇문재인 `박 후보, 유신 독재세력 대표`
선거운동의 첫 일정으로 출근길 지하철 유세를 시작한 문 후보는 이날 오전 부산에서 선거유세를 시작했다. 오후에는 광화문에서 선대위 핵심 관계자들이 총출동하는 대규모 장외 유세운동을 펼쳤다. 박 후보에게는 양자 맞짱 TV토론도 제안했다.
문 후보는 이날 오전 9시 부산 사상버스터미널에서 가진 유세에서 “안철수 후보의 진심과 눈물을 결코 잊지 않겠다”면서 “새로운 정치를 통해서 경제민주화와 복지국가의 새 시대를 여는 첫 대통령이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문 후보는 특히 “박 후보는 5.16군사쿠데타와 유신독재를 잘 한 일이었고, 구국의 결단이라고 말한다”며 “이런 역사의식을 가진 후보가 민주주의를 할 수 있겠느냐”며 반문했다. 700여명의 시민이 모인 부산 유세에는 김두관 전 경남지사를 비롯해 김부겸 전 공동선대위원장, 문성근 상임고문 등이 참석했다.
문재인 후보는 세종시 자치권 확대와 안정적 재원 확보를 골자로 한 세종시특별법 개정안의 국회 처리가 무산된 것과 관련, 박 후보의 명확한 입장 표명도 요구했다.
그는 이와 함께 “대형마트를 규제해서 골목상권을 살리자는 `유통산업발전법`과 노동자들의 최저임금을 올려주기 위한 최저임금법안을 국회에서 누가 무산시켰냐”면서 박 후보를 겨냥했다.
한편,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열린 국무회의에서 대통령선거와 관련 “18대 대선이 깨끗하고 공정한 선거가 되도록 공명선거 관리 및 선거 중립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며 “국무위원들도 사석에서 선거에 영향을 주는 발언은 유의하라”고 당부했다.
문재인 후보는 이날 저녁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유세에서 “대선에서 결선투표제를 도입해 결선에 나갈 후보를 국민들이 직접 선택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정책 공약을 내놓았다. 결선투표제는 1차 투표에서 과반득표자가 나오지 않을 경우 다득표자 2명을 대상으로 결선을 실시하는 제도이다. 이는 개헌을 수반할 수 있는 사안인데다 정치권 및 학계에서 논란이 돼 온 주제라는 점에서 파장이 예상된다.
이에 대해 김현 대변인은 “국민을 위한 제도적 단일화를 자연스럽게 이룰 수 있는 방안인데다 다수를 대표하는 국민적 정당성과 민주적 대표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이라는 점 때문에 종합적 검토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번 단일화 과정에서 단일화 논의에만 매몰된 나머지 정책 경쟁을 통한 바람직한 경쟁이 이뤄지지 못했던 점도 작용했다”며 “87년 헌법으로 실시돼온 대통령 직선제의 경험 속에서 제도적 미비를 뼈저리게 느낀데 따른 것”이라고 전했다.
권상희·김원석·이호준기자 shkw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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