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편성채널 방송시스템 구축사업을 수주한 KT가 사업을 완료한 지 몇 달이 지나도록 협력 중소업체에 대금을 지급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중소업체 불만이 높자 KT는 지난 9월까지 잔금을 지급하기로 약속을 했지만 지금까지 미뤘다. 미지급 금액은 30억여원으로 KT로선 미약한 금액이나 해당 중소업체들에는 적지 않은 돈으로 경영난에 내몰렸다.
27일 방송장비 업계에 따르면 한 종편채널 방송시스템 구축에 KT 협력사로 참여한 10여개 방송장비 중소업체가 잔금을 받지 못해 경영에 심각한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KT는 방송시스템과 네트워크, 솔루션 등으로 분야를 나눠 각각 총괄 하도급업체를 선정하고 분야별로 중소업체가 재하도급업체로 참여했다.
아직 전체시스템 준공검사를 받지 못했으나, 방송시스템 분야는 지난 6월 검수까지 완료했다. 문제는 구축을 완료한 방송시스템 분야도 KT가 총괄 하도급업체에 잔금을 지급하지 않아 재하도급에 참여한 10여개 업체가 자금난을 겪는다는 점이다. KT가 지급하지 않은 금액은 30억여원으로 중소업체마다 적지 않은 돈이 미수 처리됐다.
사업 참여업체들은 방송시스템은 이미 검수까지 완료했는데 잔금을 지급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종편사도 이 방송시스템을 활용해 정상적으로 방송을 송출한다.
한 장비업체 사장은 “KT가 중간 계약업체에 대금을 주지 않는 바람에 그 밑에 있는 업체들이 다 손해를 본다”면서 “우리 회사에는 큰 금액이 아니나 10억원 이상 있는 기업도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중소업체는 자금이 바로바로 회전되지 않으면 경영상 심각한 문제가 된다. 이유 없이 계속 지급을 미루면서 지금까지 속앓이만 한다”고 밝혔다.
또 다른 업체 사장도 “대기업에 제품을 공급해 시스템 구축까지 끝냈는데 제때 돈을 주지 않으면 중소업체는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른 업체 사장도 “대금을 곧 주겠다고 한 것만 벌써 몇 달째”라며 “연말이 가까워져 자금 수요는 늘어나는데 받을 돈마저 못 받아 어려움이 크다”고 토로했다.
KT는 지난 2009년 이석채 회장 취임 이후 100% 현금결제 등 중소기업 상생정책을 내놓았다. 그 이듬해와 2011년 이른바 `3불(不)` `3행(行)` 등 동반성장 전략으로 수준을 더 높였다. 그러나 적잖은 협력사가 아직 체감하지 못한다고 토로한다. 이번 방송시스템 대금 지불 지연이 그 사례다. 업계 한 관계자는 “그 정도는 약과”라며 “KT 전략이 구호만 무성했지 실제로 구두선에 불과했다. 성과공유제니 동반성장이니 하는 구호 역시 보여주기 식”이라고 비판했다.
KT는 조만간 전체 시스템 준공검사를 마치면 종편으로부터 자금을 받아 하도급업체 대금을 지불하겠다는 방침이다. KT 관계자는 “시스템 구축을 거의 마무리해 조만간 준공검사를 받을 것”이라며 “협력업체 경영상황을 고려해 KT 자금으로 70% 정도는 미리 대금을 집행했다”고 해명했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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