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만의 體認知]<226>지식산부인과 의사는 의사인가?

일전에 트위터에서 내가 쓴 `지식산부인과 의사`라는 말을 보고 합법적 절차를 거쳐 의사가 되지 않았으면 의사라는 말을 쓰지 말라는 허무맹랑한 댓글을 만난 적이 있다. 그 사람의 댓글에는 “지식산부인과 의사? 이건 좀 아니지 싶다. 아무리 자기홍보 시대라지만 의사가 아닌 사람이 앞뒤 없이 `의사`라고 자신을 알리는 것은 명백히 대중에 대한 사기 아닌가?”라는 감정적 비난이 담겨 있었다.

내가 진짜 의사가 아니면서 지식산부인과 의사라는 말을 쓰고 있는데, 이처럼 자기홍보의 한 형태로 의사라는 말을 써서는 안 된다는 것이 그의 논조였다.

산부인과 의사라고 사칭해서 산부인과 진료행위를 한 적이 없고 다만 지식산부인과 의사라는 은유를 사용해 지식 임신, 지식 낙태수술 방지법, 지식 자연분만법 등과 같은 지식의 창조 과정을 산부인과학 용어를 원용해 비유적으로 연구하는 사람이라고 해도 그(젊은 의사)는 막무가내로 의사라는 명칭 사용을 중단해야 한다는 주장만 반복할 뿐이었다.

심지어 젊은 의사는 자신이 운영하는 의사 커뮤니티 회원들을 대상으로 전체 메일로 의견을 묻고 단계적 공론화를 시키겠다고 주장했다. 또 `좋은 게 좋은 거지` 식으로 넘어가는 풍토에서는 올바른 의료가 실현되기 힘들다는 어처구니없는 주장을 펼쳤다.

의사(醫師)와 한자는 다르지만 윤봉길 의사(義士)도 의사(醫師)라는 말을 쓰지 말아야 하지 않을까. 샤갈을 색채의 마술사라고 하는데, 그럼 샤갈은 마술사 자격증을 가지고 있는가. 구두대학병원이라는 간판을 내걸고 구두를 닦는 사람들은 대학병원 설립 허가증을 가지고 있는가.

이런 반문을 던져봤지만 여전히 젊은 의사는 합법적인 자격을 가지고 있는 의사가 아니면 의사라는 말을 어떠한 상황에서도 써서는 안 된다는 몰상식한 주장을 반복할 뿐이었다.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의사라는 합법적 자격증을 소유하고 있지 않는 이상 의사를 사칭(詐稱)하면서 대중을 상대로 사기(詐欺) 치지 말라는 일관된 주장을 펼치는 것을 보면서 참으로 세상에는 상식 이하의 전문가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한양대 교육공학과 교수 010000@hanya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