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까지만 해도 키보드나 마우스 대신 손가락이나 터치펜으로 조작하는 스마트패드(태블릿PC)는 기존 노트북PC와 별 차이가 없는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2010년 iOS 운용체계(OS)를 기반으로 한 아이패드가 출시된 후 안드로이드 OS 기반의 다양한 태블릿PC가 선보이면서 본격적인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의 태블릿PC 경쟁이 시작됐다.
다양한 종류의 모바일 기기가 등장하고 있는데, 이들 기기의 특징은 PC용 OS 대신 용량이 작고 필수 기능만 갖춘 가벼운 모바일 OS를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 최근의 스마트폰은 점점 더 많은 기능을 탑재하고 있어 모바일 기기와 스마트폰의 경계선도 점차 희미해지고 있다.
얼마 전 마이크로소프트도 기존 OS의 모습에서 탈피해 새로운 사용자환경(인터페이스)과 기능을 합친 윈도8를 출시했다.
윈도8는 데스크톱 모드와 태블릿 모드를 제공해 기존 데스크톱PC는 물론이고 태블릿PC에서도 완벽한 성능을 보장한다. 태블릿PC를 비즈니스 용도로도 충분히 활용할 수 있게 질적 수준을 한 단계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본격적인 태블릿 OS 삼국시대가 열린 것이다.
PC 환경은 기존 데스크톱PC에서 노트북PC, 태블릿PC 등으로 급속하게 변하고 있다. PC의 모바일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PC의 모바일화로 가장 큰 기회를 얻는 곳은 물론 ICT 하드웨어(HW) 기업이다. 디스플레이의 절대 강자인 삼성전자와 LG전자, 그리고 메모리 분야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반도체 등에 새로운 기회를 열어준 셈이다.
PC의 모바일화를 통한 ICT HW 산업 발전의 이면에는 그 무엇보다도 소프트웨어(SW)가 중추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SW산업과 HW산업 수준 격차가 점점 더 벌어지던 상황에서도 지난 수년 동안 대한민국을 ICT 강국이라고 부르는 데 주저함이 없었다.
그러나 2009년부터 불어온 스마트폰과 태블릿PC 강풍은 ICT 산업 환경에서 SW가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다. 당시 관련 정부부처와 기업은 앞다퉈 SW의 중요성을 이야기했고 다양한 전략과 정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SW산업은 3년 전과 비교해 크게 나아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여전히 SW 관련 기업과 관계자는 하루하루를 힘들게 버티고 있으며, SW 산업 분야는 인기 없는 찬밥 신세다.
너무도 당연한 이야기지만 SW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지식재산권 보호가 확립돼야 한다. 미국에 마이크로소프트, 오라클, 어도비 등 세계적 SW기업이 즐비한 것은 미국 정부가 지식재산권 보호라는 주변 환경을 만들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단순히 불법 SW를 사용하는 것뿐만 아니라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납품 가격을 과도하게 깎아내리거나 보유한 PC 수량보다 현저히 적은 양의 SW를 구매하는 것도 지식재산권 보호 환경을 침해하는 일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어렵게 개발한 SW를 정당한 대가를 주고 구입하지 않는다면 SW 산업에 관심을 가질 개발자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대규모 설비투자를 해야 하는 HW산업과 비교해 SW 산업은 우수한 인력과 기술로 성공할 수 있는 분야다. 고용 창출과 수익 구조 면에서도 월등히 뛰어나다. SW산업을 육성해 HW산업과 동반 성장시키는 것이 필요한 이유다. 이를 통해 대한민국이 반쪽짜리 ICT 강국 또는 ICT 인프라 강국이 아닌 진정한 ICT 강국으로 불릴 날을 기대해 본다.
이재현 한국마이크로소프트 부장 jayhlee@microsof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