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시상식이 봇물을 이룬다. 연말 시상식은 한 해를 결산하는 자리인 만큼 `상(賞)` 의미가 각별하다. 수상자에게 상은 그간 이룬 성과와 공로의 인정이다. 환호와 박수, 부러움 섞인 시샘이 쏟아지는 이유다. 수상자가 아니라면 분발과 각오를 되새기도록 하는 자극이다. 이게 상의 취지 아닐까.
전제는 상의 권위다. 누구나 다 받는 혹은 누구나 받을 수 있는 상이라면 애초 이런 점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상이 권위를 가지려면 객관적 기준과 공정하고 투명한 평가가 기본이 되어야 함은 거론할 필요조차 없다. 이것이 부족하면 상의 권위는 추락할 수밖에 없다. 객관성이 부족하고 공정성이 훼손된 상이라면 아예 시상하지 않는 게 낫다.
연말 시상식에는 으레 몰아 주기나 나눠 주기에 비판과 불만이 뒤따르곤 한다. `잡음 없는 시상식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올해도 수상자 자격 시비 등이 여느 해와 다르지 않다. 한 기관은 수상자가 마땅치 않자 심사위원 가운데 한 명을 수상자로 추천·선정했다는 후문이다. 심사위원이자 수상 후보자가 적격인지 아닌지는 차치하더라도 상의 취지와 의미상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상의 권위를 떨어뜨리겠다는 무모한 시도로밖에 이해되지 않는다.
상을 남발해 빈축을 사는 사례도 수두룩하다. 수상자 수가 너무 많아 시상식에서 수상자에게 상을 일일이 전달하지 못하는가 하면, 장시간 시상식으로 참석자의 피로감과 지루함을 유발하는 사례도 흔하다. 적당히 나누려다 상의 권위를 스스로 낮춰버리는 구태가 재연된다.
이달 내내 시상식이 이어진다. 분명한 것은 공정성과 객관성이 담보되어야 상이 권위를 가진다는 점이다. 그렇지 않으면 상의 가치는 평가절하될 수밖에 없다. 본래 취지도 무색해진다.
김원배 통신방송산업부 차장 adolfki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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