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나노 인프라는 신산업 창출의 성장판

지구촌에 `제조업 다시 보기`가 시작됐다. 글로벌 경제위기 극복 과정에서 제조 강국과 제조 기반 취약국의 차이를 체감했기 때문이다.

최근 제조업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10여년 전 선진국을 중심으로 타올랐던 나노기술(NT)도 재조명을 받고 있다. 실제로 미국·일본·유럽·중국·러시아 등 세계 각국은 NT 부문 연구개발(R&D)과 상용화 계획을 담은 나노산업 육성 계획을 속속 발표했다.

우리 정부와 산학연도 최근 2020년 중장기 발전계획인 `나노융합 확산전략`을 수립했다. 지난 10년간 2조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해 조성한 나노기술 개발과 인프라 조성 사업의 연장선상에 있는 중장기 로드맵이다. 본격적으로 결실을 얻기 위한 업그레이드 전략이다. 이미 한국은 미국·일본·독일에 이은 세계 4위 나노기술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나노융합산업은 기존 제조업의 성장판이자 IT융합산업과 더불어 신산업·신시장 창출의 발판이 된다. 나노기술은 이미 반도체·신약·태양전지·초경량 고강도 스포츠용품·신기능성 화장품 생산 등 산업 전반에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나노기술을 활용해 제품을 상용 생산하는 기업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시장 잠재력이 무궁무진하다는 이야기다.

지경부가 수립한 나노융합 확산전략은 △유망 나노기술 상용화 및 수요기업 연계형 R&DB 확대 △나노강소기업 20개 이상 육성 발굴 △생활공감형 나노제품 개발 △나노 생태계 조성 등이 핵심이다. 이들 전략 가운데 주목되는 것은 공급자 중심이 아닌 수요자 입장에서 기술개발 및 상용화 개념을 잡겠다는 부분이다. 이는 시장 창출에 초점을 맞춘 정책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나노융합산업은 우리 제조업이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를 넘어 `퍼스트 무버(first mover)`로 전환하는 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2020년 2조5000억달러에 이를 나노융합시장을 선점하려면 우리가 한발 먼저 신산업 창출 경쟁에 뛰어들어야 한다. 이번 나노융합 확산전략이 그 첫 단추가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