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담합 혐의로 유럽연합(EU)으로부터 수천억원대 과징금 폭탄을 맞은 LG전자가 항소에 나선다. 삼성SDI도 통보 전문을 받는 즉시 대응에 들어간다.
EU는 LG전자와 삼성SDI 등 국내 업체와 필립스, 파나소닉 등 6개 전자업체에 1990년대 후반부터 2006년까지 TV와 브라운관에 사용하는 음극선관(CRT) 가격담합을 이유로 총 14억7000만유로(약 2조800억원)에 이르는 과징금을 부과했다.
LG전자와 삼성SDI가 유럽연합에 벌금으로 내야 하는 과징금은 총 9000억원대다. LG전자가 유럽 경쟁법 위반으로 내야 하는 과징금 규모는 4억9156만7000유로(약 6975억원)에 이른다. 2001년 필립스와 공동 출자해 세운 합작법인 LG필립스디스플레이(이하 `LPD`)에 내려진 과징금까지 연대 책임졌다. 삼성SDI는 1억5080만유로(약 2140억원)를 내야 한다. 단일 업체가 내야 하는 과징금 액수로는 필립스가 가장 많은 6억353만유로(약 8592억원)이다.
과징금 액수가 큰 LG전자는 필립스와 합작법인인 LPD에 내려진 과징금을 LG전자가 연대 책임지는 것은 부당하다는 주장이다. 독립법인으로 만들어진 개별회사에서 벌어진 일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같은 사안으로 조사를 진행한 한국, 일본, 미국, 캐나다, 체코 등에서는 LG전자의 주장을 받아들여 과징금을 부과하지 않았다.
LG전자는 2001년 LPD 설립 이전에 이뤄진 가격담합도 이미 공소시효가 만료된 사안이라고 반박했다. 가격 담합 조사가 시작된 것은 2007년이며 EU의 공소시효는 5년이기 때문이다.
해당 업체들은 EU가 제시한 과징금 규모도 지나치다는 시각이다. 가격담합이 시장에 미친 영향을 따로 조사하지 않고, 같은 기간 유럽 내 CRT TV와 모니터 매출 중 CRT 매출분을 반영해 과징금을 부과했다. 필립스 등 다른 업체도 과징금 산정이 과다하다는 뜻을 전했다.
업계는 과징금 규모가 지나치지만 업계가 공동 대응에 나설 가능성은 낮게 봤다. 담합에 참여했지만 자진신고감면제도(리니언시)를 이용한 일부 기업이 과징금 면제를 받는 등 사태를 바라보는 온도차가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CRT 부문 역시 주력사업이 아니다. 항소에 나선다면 최장 몇 년까지 법리 다툼을 벌일 가능성도 있다. LG전자는 지난 3분기 과징금의 약 40%를 충당금으로 적립했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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