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현상은 기존 정당정치의 부정에서 시작됐다. 의원 배지를 단 여의도 `영감님`들에 대한 오랜 실망의 결과물이다. 새누리당이나 민주통합당이나 다 똑같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진정으로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지 않고, 권력만 잡으면 자신들의 배 불리기에 나선다고 생각한다. 국회 상임위에서 날을 세우고 싸우다가도 TV 카메라만 철수하면 형님·동생 사이가 되는 것도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세계 경기 불황과 내수 위축으로 대다수 국민의 살림살이가 팍팍해졌는데도 세비를 올린 행위는 정치권에 품었던 한낱 기대마저 접게 했다. 정치 개혁과 쇄신을 외치면서도 국회의원 정수를 299석에서 300석으로 늘리는 것을 보면서 절망은 분노로 바뀐 지 오래다. 정치권을 향한 불신과 불만은 급기야 국민적 `화`로 발전했다.
대선이 8일 앞으로 다가왔다. 전격 사퇴한 안철수 전 후보가 문재인 후보 지지 활동에 본격 나서면서 대선판이 요동친다. 지역적으로 부산·울산·경남(PK)이 최대 격전지로 떠올랐다. 서울과 수도권 민심에 따라 19일 희비가 엇갈릴 전망이다. 분명한 것은 안철수 후보를 지원했던 부동층이 지역과 계급, 계층을 떠나 승부를 가를 핵심 변수라는 점이다.
안 전 후보 지지층이 문재인 후보 지지로 돌아서지 않는 이유는 뭘까. 기존 정치권에 품은 뿌리 깊은 불신이다. 정치인으로서의 문재인을 지지하더라도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 문재인을 놓고는 반신반의한다. 민주통합당이라는 틀로 볼 때 문 후보의 개혁 의지는 평가절하된다.
안 전 후보의 핵심 공약이던 국회의원 정수 조정이 미적미적한 점도 문제가 아닐까. 의원 정수를 200석으로 줄이자는 안 전 후보의 요구에 야당은 여전히 구체적인 공약을 제시하지 않는다. 행정부 견제 기능 약화라는 반대 논리보다 새 정치를 위한 실천을 남은 8일 동안 보여줘야 한다. 이것이 문재인 후보가 웃을 수 있는 길이다. “기득권을 내려놓겠다. 새 정치를 실천하겠다”는 말보다 정치권 탓에 화병에 걸린 수많은 국민을 힐링하는 길은 생각보다 가까운 데 있다.
김원석 대선팀 차장 stone201@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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