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가 나란히 차기 정부에서 정보통신기술(ICT) 전담부처 신설을 약속했다. 4개 부처로 분산된 현 정부의 ICT 거버넌스와 차별화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급변하는 ICT시장 변화에 대응하고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는 새로운 리더십을 만들겠다는 목표도 일치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 후보와 문 후보는 아직 구체적인 청사진을 내놓지 않았다. 조직 구성과 역할 등 세부적인 내용이 모호하다는 지적이다.
차기정부 출범에 앞서 미래지향적 ICT 전담부처를 위한 방향성과 대안을 4회에 걸쳐 짚어본다.
애플과 구글이 선도한 스마트 혁명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콘텐츠(Contents)·플랫폼(Platform)·네트워크(Network)·단말(Device) 등 ICT 부문 간 통합과 제휴는 확대되는 추세다.
CPND 각 부문 혁신과 부문 간 상호협력이 ICT 트렌드이자 ICT 생태계 경쟁력의 원천이라는 평가에는 이견이 없다. CPND 간 통합과 제휴가 확대되고 있는 만큼 ICT 정책도 분산보다 집중과 통합의 방향으로 재정비돼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이 같은 판단에는 현 정부의 분산된 ICT 거버넌스가 정책 중복과 공백 등 여러 문제를 야기했다는 비판도 내포돼 있다.
기존 제도와 정책이 ICT 산업의 자유로운 발전과 새로운 산업 창출을 저해했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시장의 빠른 변화에 대응하지 못했다는 비판이다.
제대로 된 ICT 정책을 실현하고 국가 ICT 청사진을 제시하기 위한 미래지향적 ICT 전담부처를 설치해야 한다는 당위론은 여기서 출발한다.
ICT 전담부처 신설은 그런 점에서 정부부처의 밥그릇 싸움보다 한국 ICT 산업의 미래를 내다보는 원칙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전문가들은 차기정부가 ICT 전담부처 설립에 앞서 ICT에 대한 철학과 원칙을 정립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ICT를 국가 전략의 우선순위에 배치하고, 국가 성장의 동력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제대로 된 ICT 철학과 원칙이 전제되지 않는 한 ICT 전담부처 논의가 표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이봉규 연세대 정보대학원 교수는 “차기정부가 새로운 시대 ICT 역할을 인식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 교수는 “급변하는 스마트 시대에 새로운 서비스와 산업을 발굴하는 데 ICT가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 등 ICT에 대한 분명한 방향성과 철학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준형 경희대 교육대학원장은 차기정부의 ICT 리더십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김 원장은 “ICT 전담부처보다 중요한 것은 ICT를 통해 국가 경쟁력을 확대하고 미래 먹거리를 창출하겠다는 차기 정부의 리더십”이라며 “ICT 리더십이 확고하다면 ICT 전담부처 그 이상도 가능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차기정부가 현 정부와는 다른 ICT에 대한 분명한 철학과 원칙을 바탕으로 ICT를 국정 어젠다로 설정하고, 이를 실행하기 위한 거버넌스로 ICT 전담부처를 논의해야 한다는 게 첫 번째 원칙이다.
김원배기자 adolfki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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