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가 내년 쏘울 차기 모델에 안드로이드 OS 기반 AVN을 탑재하는 것은 자동차의 급격한 전자화 추세에 대응하고 차세대 스마트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퍼스트 무버(first mover)` 전략이다. 유럽과 북미 지역 경쟁사에 앞서 기술 역량을 쌓고 관련 인프라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자동차 전자화는 내비게이션, 에어백 등 수동 안전 시스템에 이어 능동 안전 시스템(추돌 방지, 나이트비전 등)으로 진화했다. 이 과정에서 자동차 부품의 전자화 비중은 이미 절반을 넘었다. 최근에는 모바일 및 통신 시스템과의 연계 요구가 증가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현대기아차는 몇 년 전부터 국내 이통사(KT·SK텔레콤)들과 통신 기능을 접목한 `커넥티드` 스마트카 기술 개발에 매진했다. 자동차 전장 부품을 비롯한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를 지능형 통신망과 연계해 `항상 연결된 스마트카`를 개발하는 것이 핵심이다.
현대자동차는 올 하반기 차량IT서비스사업부를 신설하고 LG전자에서 휴대폰 개발을 총괄했던 곽우영 부사장을 영입했다. 또 스마트카 핵심 플랫폼인 AVN 관련 연구개발 조직도 새로운 사업부로 이관했다. 이 같은 전략이 완성차에 처음 구현되는 것이 내년에 출시할 쏘울이다.
안드로이드 AVN 모듈 개발은 전장 계열사인 현대모비스가 총괄한다. 다른 국내 솔루션 업체들도 개발에 참여했다. 안드로이드 기반 AVN은 현대모비스의 4세대 AVN 시스템으로 기존 체계를 대폭 혁신한 것이 특징이다. 이전까지 `윈도 CE` 기반으로 통신 및 애플리케이션 설치가 불가했다. 안드로이드 OS는 개방형으로 사용자가 원하는 애플리케이션을 자유롭게 설치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점이다. 최근 몇 년 새 휴대폰 시장에서 폭발력을 확인한 사용자의 자유로운 애플리케이션 활용성이 자동차 시장으로 확장된다. 한마디로 `달리는 스마트폰`인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와 IT 융합이 스마트폰 단말을 거쳐 본격적으로 차량 내부로 진입했다”며 “안드로이드 탑재를 통해 자동차가 인터넷에 연결하고 궁극적으로 차량 간 통신까지 진화해 편의성과 안전성까지 끌어올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기아차가 선도적으로 스마트카 기술 확보에 나서면서 국내 관련 솔루션 및 소프트웨어 업체들의 기술력도 동반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 자동차용 애플리케이션 시장이 활성화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한태만 ETRI 자동차융합플랫폼연구팀장은 “안드로이드 기반 통신 기능이 실제 운전자들에게 어떤 효과를 줄지는 지켜봐야 하지만, 기아차가 세계 최초로 접목한다는 점은 의미가 크다”며 “내년부터 차량용 애플리케이션 시장이 본격 개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양종석기자 jsyang@etnews.com
, 김용주기자 kyj@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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