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이 외국과 특허 라이선싱 계약을 맺을 때 불공정한 거래로 입는 피해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 특허 라이선싱 대행업체(라이선서)는 계약상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횡포 수준의 거래 행위를 하지만 중소기업은 제품 생산을 위해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요구를 들어줘야 하는 실정이다. 공정거래 문화를 정착해 국내 제조산업을 보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중소 제조업체가 해외 라이선서와 특허 사용 계약 시 대응능력이 부족해 불합리한 계약을 체결하는 예가 많은 것으로 밝혀졌다. 해외 라이선서는 전자부품·소프트웨어·방송통신기기·영상음향기기 등 분야에 따라 특허 풀을 구축해 기술이 필요한 제조업체에 로열티를 받고 특허 사용을 허가해 주는 대행업체다.
산업계가 주로 지적하는 불공정 계약은 △불필요한 특허를 풀(pool)이란 이유로 일괄적으로 사용하게 하는 행위 △잦은 회계감사를 요구하며 문제가 발생하면 과도한 페널티 부과 △감사 때마다 영업 비밀과 영업전략 관련 자료 요구 △제조 부품 공급망을 라이선서가 직접 통제 △불공정 계약서 수정을 못하게 막는 행위 등 한두 가지가 아니다. 한 피해업체는 “애매모호한 계약 조항을 넣어두었다가 분쟁이 생기면 아전인수식으로 해석해 권리를 남용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피해자는 손 놓고 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최성식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 특허지원센터 팀장은 “해외 라이선서가 특허 사용계약에서 `갑`의 위치에 있다는 이유로 중소기업에 불공정 계약을 강요하고 있다”며 “`을`인 국내 중소기업은 사업 유지를 위해 부당한 계약인지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계약을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민원은 많지만 아직까지 불공정 거래가 어느 정도인지, 계약서 독소조항이 무엇인지 전반적인 파악과 인식이 안 된 상태다. 업계는 “계약 시 라이선시(특허 사용업체)가 피해를 받게 되는 불공정거래 조항이 많아 특허 계약서를 꼼꼼히 분석해야 한다”며 “계약서와 부당거래 행위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 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특허지원센터는 이달 특허 풀과 표준특허 보유기업의 불공정 계약 실태조사에 들어간다. 임호기 특허지원센터장은 “자체적으로 자료 입수와 법률 검토 대상 기술을 확인하고 경쟁제한 행위에 공정거래법 적용이 가능한지 검토할 것”이라며 “내년 3월에 공식적으로 공정위에 `시장지배적지위 남용행위 신고 및 불공정약관 심사 청구 등` 조사 의뢰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유태 공정거래위원회 약관심사과장은 “신고가 들어와 조사에 착수하면 불공정 행위에 과징금 등 제재조치를, 불공정 약관이 문제면 수정·삭제 조치를 취한다”며 “계약서에서 일방적 위험과 부담을 전가시키는 조항은 무효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산업계에서 지적하는 해외 특허 라이선싱 대행업체 불공정 계약
자료:업계 취합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