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공간에 들어서자 `해방` `문화` `민주화` `산업` 등 여러 단어가 커다란 벽면을 메운다. 허공에 두 손을 모아 정면에 위치한 `해방`을 가리키자 일제 점령기와 해방에 관한 현대사가 전면에 펼쳐진다. 아픈 과거와 가슴 뭉클한 기쁨의 순간이 사진과 동영상으로 가득 채워졌다.

26일 개관을 앞둔 대한민국역사박물관 1층 기획전시관 모습이다.
동작모션인식 센서를 이용해 관람객이 직접 화면의 내용을 바꿀 수 있는 `키네틱(Kinetic) 기술`을 적용한 결과다. 해방 이후 우리 근현대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이 첨단 정보기술(IT)을 활용해 더욱 친근하게 국민에게 다가갈 전망이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은 종로구 세종로 옛 문화체육관광부 건물을 개조해 건립했다. 6445㎡ 부지에 지상 8층 연면적 1만743㎡ 건물을 세웠다. 4개 상설전시실과 2개 기획전시실, 카페, 문화상품점 등을 갖췄다.
가장 눈길을 끄는 대목은 박물관 곳곳이 로봇, 하이브리드 비전, 투명 디스플레이, 미라클 글라스, 음성인식 등 첨단 IT로 역사를 담아냈다는 점이다.
심재석 대한민국역사박물관 학예연구사는 “근대 이전 역사를 담은 민속박물관이나 국립역사박물관이 유물을 중심으로 전시된 반면에 근현대사를 담은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은 현재 문명을 담고 있어 현대 기록 매체인 사진과 동영상, IT 등을 적극 활용했다”고 설명했다.
박물관은 사람들이 느끼고 실제 만져보면서 역사를 체험할 수 있다. 3·1 운동 코너에서 바닥에 있는 글자를 밟으면 벽면의 해당 위치로 글자가 이동하는 무빙 텍스트 기법을 이용해 독립선언서에 담긴 `자유` `평등` `독립` `공존` `평화` 등 근대 사상의 주요한 가치가 나타난다. 또 눈으로 알아보기 어려운 종이문서는 별도 모니터에서 유물의 의미와 가치를 설명해준다.
2002년 월드컵 체험관은 대형 화면과 함께 5.1채널 사운드로 월드컵 당시의 모습을 재현한다. 이 공간에서 관람객이 응원을 함께하면 함성소리에 따라 마지막 프리킥을 성공시킬 수 있다. 음성인식 기술을 적용했다.
어린이를 위한 공간도 IT 체험 공간이다.
1층 `우리 역사 보물 창고`에서 스마트패드로 엄복동의 자전거, 독립선언문 등 전시물의 의미를 파악할 수 있다. 1층 안내를 담당한 안내원도 로봇이다. 로봇의 모니터를 터치하면 박물관 소개를 듣고 관람객 사진도 찍어준다.
심 학예연구사는 “1층 기획전시실 등을 IT를 이용해 다양한 역사체험 공간으로 활용할 예정”이라며 “앞으로도 여러 층 화면을 동시에 보는 3D 매핑, 홀로그램을 이용한 미디어 파사드 등 다양한 기법으로 전시물을 전시하겠다”고 말했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