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가 AMI사업, 한 치 의혹도 없어야

스마트그리드 실현의 첫 걸음인 국가 원격검침인프라(AMI) 구축 사업이 비리 의혹의 도마에 올랐다는 소식이다. 벤치마킹테스트(BMT)에 앞서 사업주관기관인 한국전력 관계자와 특정 기업이 해당 시험 장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드러나 감사원이 지난달부터 감사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전 AMI사업 비리 의혹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년 전에도 특정업체 독점입찰 관련 비리의혹으로 사업이 중단됐다. 더욱이 지난 4월 감사원이 `2010년 AMI사업 입찰`은 공정성을 담보하지 못한다며 한전과 한전 자회사에 시정명령을 내린 후에 일어났다는 데 심각성이 있다. 이번 비리 의혹으로 중단된 지 2년 만에 재개한 사업도 차질을 빚게 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수천억원을 들여 전개하는 국책 사업이 특정업체 봐주기 식 비리의혹에 빠진 것은 유감이다. 사안은 다를지 모르겠지만 두 번씩이나 의혹에 빠졌다는 것은 시스템적 문제가 있음을 시사한다. 이 두 번의 사건은 어쩌면 한전 내부에 도덕 불감증이 팽배해 있음을 알려주는 단적인 사례일 수도 있다.

올해 들어 원자력발전소를 관리하는 한국수력원자력이 각종 비리와 의혹으로 사회적 지탄을 받았다. 일부 특정 직원만의 문제나 장비나 부품 납품을 둘러싼 갑을 관계에서 빚어진 오랜 관행 정도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그런 관행이 원전 운영을 부실하게 만들고 한수원은 물론이고 국제적 망신거리로 발전한다. 한수원은 신뢰 회복을 위해 전 직원이 뼈를 깎는 심정으로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국민의 마음을 돌리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한전 AMI 구축 사업 의혹도 마찬가지다. 되도록 이른 시일 안에 비리를 뿌리 뽑아야 한다. 그동안 아무렇지 않게 이뤄진 거래관행부터 점검해야 한다. 과거 김쌍수 전 한전 사장이 취임하면서 투명경영을 위해 내린 `골프 금지령`보다 현실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한전은 이 기회에 AMI 사업뿐 만아니라 모든 사업을 점검해 한 치 의혹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