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북아시대] 2013년 주요 산업별 전망

새해는 일본 전자업체들이 회생을 위한 합종연횡 움직임을 본격화하면서 한·중·일 3국 산업구도에 큰 영향을 미치는 한 해가 될 전망이다. 막대한 자본력을 내세워 세계 선두권을 향해 질주하는 중국과 바닥을 치고 재기를 노리는 일본 기업들이 실리를 위해 손을 맞잡으면서 한국을 견제할 가능성이 높다. 우리 기업들도 대(對) 중국 투자를 늘리고 기술제휴를 늘리는 한편, 우리나라에 개발·생산기지를 설립하는 일본 기업과 협력을 확대하는 등 신동북아시대를 겨냥한 새로운 협업구도가 본궤도에 오를 전망이다.

[신동북아시대] 2013년 주요 산업별 전망

삼성전자는 지난해 9월 중국 시안에 반도체 생산공장를 착공했다. 총 70억달러를 투입해 10나노미터급 플래시메모리를 생산할 이 공장은 내년부터 가동에 들어간다. 왼쪽 세번째부터 이규형 주중 한국대사, 자오러지 산시성 서기,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 등이 기공식에서 첫 삽을 뜨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9월 중국 시안에 반도체 생산공장를 착공했다. 총 70억달러를 투입해 10나노미터급 플래시메모리를 생산할 이 공장은 내년부터 가동에 들어간다. 왼쪽 세번째부터 이규형 주중 한국대사, 자오러지 산시성 서기,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 등이 기공식에서 첫 삽을 뜨고 있다.
[신동북아시대] 2013년 주요 산업별 전망

◇디스플레이·반도체…약진하는 중화권, 재기 노리는 일본=대형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자국 시장을 등에 업고 부상하는 중국 기업들의 공세는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지난해 상반기 이미 일본 파나소닉과 샤프를 추월해 TV용 패널시장에서 5위로 올라선 중국 BOE는 올해는 그 영향력을 더 넓힐 것으로 보인다. 전 세계 대형 디스플레이패널 시장에서 중국 기업의 점유율은 작년 여름 두 자리 수로 올라선다. 올해는 일본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디스플레이서치는 중국 패널 기업들이 올해는 대형 뿐 아니라 중소형 패널까지 합친 전체 시장에서 점유율을 10% 이상 가져갈 것으로 내다봤다.

기존 LCD 기업이 백라이트유닛(BLU)과 칩을 빼고 순수 패널만 공급하는 `오픈 셀` 방식을 확대하면서 가져올 시장 구도 변화도 클 것으로 보인다. 오픈 셀 판매를 늘린 LG디스플레이는 조만간 중국 TV제조업체에 LCD 패널을 최다 공급하는 1순위 협력업체가 될 예정이다.

혼하이와 협상 결렬 후 미국 퀄컴으로부터 긴급 수혈을 받은 일본 샤프는 이를 발판으로 재기를 노린다. 5% 수준으로 하락한 세계 TV용 LCD 패널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샤프는 올해 이그조(IGZO) 패널 확산에 온 힘을 쏟는다. 차세대 모바일 디스플레이 협력 개발 체계를 갖춰 중소형 분야에서도 체력을 보강한다.

소니·도시바·히타치의 협력으로 단번에 중소형 LCD 시장 세계 1위로 부상한 재팬디스플레이가 AM OLED 공급을 본격화하면서 프리미엄급 모바일 디스플레이를 둘러싼 한·일전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부문에서는 미국 마이크론에 인수된 엘피다가 세계 2위 D램 기업 간판 아래 공격적 행보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로부터 긴급 자금을 지원받아 사실상 국유화 된 르네사스의 재기도 관심사다.

팹리스(Fabless·반도체설계) 기업들이 급부상하고 있는 중국은 최대 반도체 수요국으로서 지위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분야 3국의 협력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일본 기업들이 지진과 원전 피해 등을 우려해 한국과 중국으로 생산기지를 옮기는 한편, 삼성전자가 지난해 중국 시안에 반도체 공장을 지은 것처럼 첨단 기술 분야의 투자도 이뤄지고 있다. 이는 반도체 개발과 생산뿐 아니라 소재 수급과 부품 생산 등에 이르기까지 공급망관리(SCM) 전반에 걸친 협업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의미다.

◇가전·모바일…한·일 주춤하면 `위협`, 선두권 진입하는 중국=지난해 쓴 고배를 마셨던 일본 전자업체들이 올해는 TV를 전면에 내세워 회생 전략을 가동할 예정이다. 소니는 대만 AUO와 TV 합작 생산을 준비하고, 파나소닉과는 OLED TV 공동 개발에 나선다. 도시바와 샤프 등은 80인치 이상 초대형 초고해상도(UHD) TV 시장을 공략해 한국발 OLED TV 공격을 잠재우겠다는 목표다.

중국 기업들의 약진도 기대된다. TCL 등 내수 시장을 기반으로 급성장해온 중국 TV제조사들이 소니 등 일본 기업을 제치고 3위권으로 진입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세계 평판 TV 시장은 삼성전자가 26.4%(3분기 누적 매출 기준)를 차지한 1위에 올랐고, LG전자(14%)가 2위, 소니·샤프·TCL 등이 뒤를 이었다.

백색가전 시장에서의 하이얼 등 중국 기업 행보도 위협적이다. 중국 가전제품은 기능뿐 아니라 디자인 측면에서도 눈에 띄게 발전했고, 최근에는 에너지 절약 등 친환경 기능까지 갖춰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가전 명가`라는 일본과 한국의 자존심이 손상을 입는 날이 머지 않았다.

중국 내수 시장에서 내공을 닦은 ZTE와 화웨이 등 중국 스마트폰 제조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브랜드가 크게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모바일 운용체계(OS) 보급이 연간 400%나 늘어나는 등 급성장세를 보이며 올해 세계 최대의 스마트폰 시장(점유율 26.5%, IDC 전망)으로 부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힘입어 중국 스마트폰 제조기업들도 글로벌 점유율이 지난해 3~5%대에서 2배로 뛰어올라 선두그룹인 삼성전자와 애플의 맹추격할 것으로 보인다.


[표] 동북아 지역 2013년 산업 전망 개요

[표] 대형 TV용 LCD 패널 시장 점유율 (2012년 9월 기준)

(출처: 디스플레이서치)


유효정기자 hjyo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