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과학자가 스스로 변해야 국정 중심에 선다

[월요논단]과학자가 스스로 변해야 국정 중심에 선다

우리나라 최초로 이공계 출신 대통령이 탄생했다. 박근혜 18대 대통령 당선인은 대학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했고, 그동안 국회에서도 과학기술관련 활동을 많이 했기 때문에 이공계에 대한 이해가 깊을 것으로 기대된다. 박 당선인은 선거기간 중에도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많이 강조했다. 특히 과학기술을 국정 운영 중심에 놓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이미 현대사회에서 과학기술의 중요성은 말할 필요도 없고, 경제발전, 환경보존, 복지 및 인구문제, 에너지 수급 등 우리 생활과 직결된 대부분의 문제들은 과학기술과 연관돼 있기에, 과학기술을 국정 중심에 놓겠다는 발상은 시의적절해 보인다. 특히 경제와 일자리 문제에 있어서도 앞으로는 창의적인 인재양성과 연구개발이 가장 근본적인 해법이므로, 과학기술이 커다란 역할을 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우리나라 여건에서 과학기술이 국정 중심 역할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생각해 볼 점이 많다. 우선 통합형 인재 부족이다. 현재 우리 사회가 당면한 많은 문제가 과학기술적 요소를 내포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과학기술만으로 풀 수 있는 문제도 아니다. 에너지 문제만 하더라도, 원자력 발전의 안전성이나 신재생 에너지의 경제성 등 과학기술적 전문성이 올바른 해법을 구하는 데 필수적이지만, 이런 기술적인 문제 이외에 사회문화적인 요소 또한 그에 못지않거나 오히려 더 중요하다. 따라서 사회 전체가 합의하는 해법을 얻기 위해서는 기술적인 문제와 기술 외적인 문제를 종합적으로 판단할 줄 아는 인재가 필요한데, 우리 과학기술자들은 기술적인 면에서는 매우 유능하나 기술 외적인 문제에는 서투른 경우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게다가 우리 과학기술자들의 소극적이고 수동적인 자세가 문제 해결을 더욱 어렵게 한다. 우리나라 과학기술자들은 어려서부터 문과·이과로 구분돼 교육받기 때문인지, 자신의 전공영역은 잘 관리하지만 자기 전공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거나 사회적인 이슈가 되면 나서기를 꺼리는 경향이 있다. 심지어 나서는 사람들을 은근히 경원시하기까지 한다.

그러나 앞서 지적한대로 현대사회의 문제에는 과학기술적 요소가 포함되지 않은 경우가 거의 없고, 따라서 그 해결책을 찾는 데 있어 과학기술자들의 능동적인 토론과 참여가 절대적으로 요청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많은 과학기술자들은 이런 사회적인 토론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를 꺼리고 있다. 이처럼 과학기술자들이 사회적인 이슈에 나서지를 않는데, 어떻게 과학기술이 국정 운영의 중심에 설 수 있을 것인가.

과학기술을 국정의 중심에 놓는 것은 대통령이 과학기술자들을 위해 주는 선물이 아니다. 시대의 요청에 따른 필연적인 것이다. 그리고 우리 과학기술자들은 이러한 시대적 요청에 부응할 의무가 있다. 이 의무를 다하기 위해서는 과학기술자들이 솔선수범해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 과거처럼 정부의 요구나 규제에 수동적으로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먼저 자발적으로 나서고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할 필요가 있다.

먼저 과학기술계 내부의 당면과제인 정부출연연구소의 미션이나 거버넌스(지배구조) 등의 문제부터 정부에 끌려가거나 요구만 하지 말고 실현가능한 해법을 앞장서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제안해야 한다. 우리 과학자들이 정부 관리보다는 더 전문가 아닌가. 이처럼 과학기술자들이 과학계 내부와 외부의 중요한 문제에 대해 할 수 있고 해야 할 일을 논의하며 적극적으로 나서는 자세가 되어야만, 과학기술이 국정 운영의 중심에 설 수 있을 것이다.

오세정 기초과학연구원장 sjoh@ibs.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