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게임규제]실증 연구와 실효성 모두 실종된 게임 규제

우리 정치인들은 게임 규제 정책에 중독된 것일까? 중독자가 더 강한 자극을 찾듯 더 강한 게임 규제 방안을 잇달아 내놓는 형국이다. 게임 자체를 막으려는 규제는 효과를 거의 보기 힘들다는 점은 애써 외면하고 있다.

최근 시행 1년을 맞은 게임 셧다운제는 게임 규제 정책이 거의 실효성 없음을 잘 보여준다. 전자신문 미래기술연구센터(ETRC)가 지난해 11월 게임 셧다운제 시행 1년을 맞아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청소년 중 `밤 12시 이후 주로 게임을 한다`는 응답자는 전체의 2.5%에 불과하다. 1년 전 조사의 같은 설문에서도 비율은 2.5%다.

여성가족부 `청소년 인터넷게임 건전이용제도 실태조사 결과` 보고서를 보면 셧다운제 시행 후 밤 12시 이후 게임을 하는 청소년 비중은 고작 0.3%포인트 줄었다. 청소년 `수면권 보장`을 명분으로 시행됐지만, 정작 청소년의 심야시간 게임 이용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는 결론이다. 심야 시간까지 게임을 하는 청소년은 거의 없었고, 심야 시간 이용 행태의 변화를 끌어내지 못했다.

스마트폰 확산으로 전체 게임 이용 시간이나 횟수는 도리어 늘었다. 가정과 학교, 입시 경쟁과 교우 관계 등 학생을 둘러싼 다양한 환경을 고려하지 않고, 게임만 희생양으로 삼아 금지하는 접근은 성과를 거두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게임 중독 지수를 매겨 게임을 평가하는 방안도 현실적으로 적용하기 힘들 것이란 우려가 크다. 작년 여성가족부가 모바일 게임 셧다운 적용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만든 게임 평가표도 여론의 반발을 샀다.

다른 사람과 함께 플레이 하거나 게임을 하면서 성취감을 느끼거나 성장하는 요소가 있으면 중독성이 강하다고 평가하는 식이었기 때문이다. 협력과 성취 등 게임과 놀이의 기본 요소까지 모두 부정하는 지표라는 평가다. 게임 개발사와 이용자 사이에선 “모바일 게임 규제를 피하기 위해 재미없는 게임을 만들어야 한다”는 탄식이 흘러나왔다.

게임 중독의 실체에 대한 과학적·실증적 연구가 미비한 상황에서 자의적 평가 기준으로 게임을 평가하는 것은 무리라는 얘기다. 한덕현 중앙대 의대 교수는 “기기나 게임 장르 등 다양한 요소에 따라 과몰입에 대한 장기적 연구 후에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스마트폰을 비롯한 IT 기술과 미디어 발달이 청소년의 생활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도 고려하지 않았다. 청소년의 공부와 놀이, 여가 등이 모두 스마트 기기나 디지털 미디어와 뗄 수 없는 관계이고 게임이 청소년의 대표 여가로 자리잡은 상황에서, 게임만 따로 막으려는 것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한세희기자 hahn@etnews.com

셧다운제 시행 전후 청소년 온라인게임 주간 이용시간 추이

시행 전 234.02분

시행 후 255.71분

자료:전자신문ETRC·마케팅인사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