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이동통신 가입비 폐지를 추진하면서 통신사 고민이 깊어졌다. 주무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도 통신요금 인하 필요성에 동감하고, 가입비 폐지를 포함해 다양한 요금인하 방안을 검토 중이다. 통신사는 가입비를 폐지하면 수익 악화로 직결되지만, 정권 초기 추진하는 정책에 반기를 들기가 부담스러워 드러내놓고 반발도 못하는 상황이다.
10일 인수위와 방통위에 따르면 인수위는 통신비 인하를 위해 가입비 폐지를 추진한다. 아직 구체적인 계획이 나오지 않았지만 공약에서 밝힌 만큼 조만간 구체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가입비를 폐지하면 통신사 수익에 직접적인 타격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통신 3사의 가입비 매출은 약 4600억원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가입비 폐지 정책이 효과를 달성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현재도 대부분의 대리점이나 판매점이 가입자 유치를 위해 가입비를 대납하고 있다. 때문에 소비자가 느끼는 통신비 인하 체감효과는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통신사는 가입비 폐지 등 인위적인 요금 인하로 인해 망 투자 여력이 사라져 통신 산업 경쟁력이 약화될 것을 우려한다. 하지만 가입비 폐지 정책에 대한 공식적인 언급은 피했다.
통신사 관계자는 “구체적인 가입비 폐지 정책을 아직 발표하지 않아 지켜보고 있다”면서 “정권 초기인데 정책에 반대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도 상당히 부담스럽다”고 토로했다.
주무부처인 방통위는 경쟁 활성화를 통한 자율적인 요금인하를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오는 16일로 예정된 인수위 업무보고에 가입비 폐지 등 인위적인 요금인하 정책을 담을지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방통위 관계자는 “통신비 인하는 방통위가 지속적으로 검토하고 추진해온 정책”이라며 “가입비 폐지에 대해서는 검토 중으로 보고 여부는 미정”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요금제는 통신사가 신고하면 인가 또는 접수하는 형태기 때문에 방통위가 가입비 폐지를 강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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