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주 없는 공기업의 최고경영권 자율성 확보 문제가 새 정부의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전문성 없는 낙하산 인사의 폐해를 지적한데 이어 한국형경영연구원이 공기업의 지배구조 개선 방안을 본격 제기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정권교체기마다 낙하산 인사로 홍역을 치렀던 공기업은 물론이고 포스코, KT 등 정권의 입김이 작용한 민간기업의 경영권에 자율성 문제가 초미의 관심사로 부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형경영연구원은 우리나라 기업이 세계를 선도할 수 있는 혁신적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 내기 위한 창조·혁신 지향의 지배구조를 확립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효과적인 지배구조는
한국형경영연구원은 기업의 발전단계, 규모, 소유구조에 따라 효과적인 지배구조는 상이하다고 지적한다.
가령, 소유 집중도가 높은 대기업은 전문 경영자에게 경영권을 위임하고 대주주는 이사회 또는 지주회사를 통해 경영 감시, 자문, 평가 등을 통해 대주주의 경영권을 행사하는 게 효과적이라는 분석이다.
소유 분산이 잘 된 대기업은 독립성과 전문성이 확보된 이사회가 중심이 돼 전문경영자에게 경영 집행권을 위임하고 이사회 감사위원회가 집행이사의 직무 집행을 감독·감시하는 체제를 확립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최고경영자 독재를 방지하기 위해 사외이사가 이사회의 의장을 맡는 것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기업 지속가능경영 1요소 `탁월한 CEO`
한국형경영연구원은 대주주 존재 여부에 관계없이 탁월한 최고경영자를 비롯한 최고경영진 선임을 기업의 장기적 생존과 번영에 가장 중요한 요소로 손꼽았다.
특히 대주주 없는 대기업의 경우에 주인의식과 경영역량을 갖춘 최고경영진 선임 자율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대주주 없는 대기업의 치명적 약점은 최고경영자와 최고경영진 선임에 외부 영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이다.
역대 정부도 이 부분에선 자유롭지 못하다. 과거 정부에서 예외없이 `낙하산 인사` 등 이슈가 반복됐다.
이른바 `낙하산 인사`의 불안정한 임기는 장기적 경영 전략 추구를 불가능하게 했다. 또 추진 사안에 대해 대내외 이해관계자의 저항에 부딪치는 경우도 허다했다. 이는 기업 성장의 장애물이자, 정부와 기업 모두의 부담으로 작용했다.
박근혜 당선자는 이 같은 문제를 인식하고, 역대 정권의 전문성 없는 낙하산 인사 선임을 잘못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역대 정권과는 다를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게 하는 대목이다.
재벌기업의 지배구조가 논란이 대상이 되고 있는 만큼 지배구조가 투명한 기업, 이른 바 포스코와 KT 등의 지배구조에 대한 새로운 판단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사회 등 견제기구도 수반돼야
최고경영진 선임 자율성이 보장되더라도 경영권 독점을 차단할 수 있는 이사회와 감사위원회 등을 통한 최고경영자에 대한 견제가 수반돼야 한다.
CEO가 독단적인 의사결정을 하거나 사익을 추구하는 경우에 불공정 내부거래와 과잉투자, 분식 회계, 불공정 인사 등 부작용을 초래, 궁극적으로 기업 가치 하락과 경영 실패로 귀결될 수 밖에 없다.
최고경영자를 비롯한 경영진의 개입 여지를 차단하는 등 투명하고 공정한 사외이사 선임 절차가 무엇보다 전제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경영진에 대한 이사회의 견제가 무뎌질 수밖에 없는 태생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전제조건이다.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잣대로 역량 있는 인사를 선임하는 게 이사회 독립성 확보의 출발점이자, 명실상부한 견제와 균형을 위한 추진력이라는 설명이다.
한국형경영연구원은 “최고경영자와 이사 선임에 대한 영향력과 간섭을 최소화하는 건 정부와 정치권 등 외부의 역할”이라며 “최고경영자의 경영권 독점 방지와 효과적 이사회 운영은 기업 본연의 몫”이라고 역설했다,
효과적인 기업 지배구조 모형 (자료: 한국형 경영연구원)
김원배기자 adolf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