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들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한다. 날씨가 더우면 더운대로, 추우면 추운대로 잘 견뎌낸다. 신체뿐 아니라 심리적으로도 그렇다. 사회에서 자유롭게 생활하던 젊은 남자가 하루 아침에 군인이 되어도 버티는 것은 적응의 동물로서 힘이 아닌가 싶다.
처음엔 어렵더라도 좀 지나면 대체로 적응이 된다. 힘들어하는 친구에게 `시간 지나면 괜찮아질 거야`라고 위로하는 것도 인간이 적응의 동물임을 서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5년이 그랬다. 이명박 정부 출범 후 부처가 개편되자 몸담은 공무원은 물론 유관기관, 사업자들도 적응의 동물로서 힘을 발휘했다.
유례없는 방송통신 규제·진흥 합의기관 방송통신위원회, 이름만 들어선 정체를 알기 힘든 지식경제부, 대학 입시와 과학 발전을 동시에 책임지는 교육과학기술부 등. 다들 새로운 부처에 적응하기 위해 힘든 시간을 보냈다.
적응의 동물답게 웬만큼 적응되자 또 한번 과제가 주어졌다. 과제수행 기간은 마찬가지로 5년이다. 과거형으로 회귀한 산업통상자원부는 그나마 나은 편이다. 기초과학 육성과 산업 진흥 업무를 함께 맡은 미래창조과학부, 기름기를 빼듯 진흥 기능만 솎아낸 새 방송통신위원회, `말장난` 지적을 받은 안전행정부 등. 적응해야 할 것들이 많다.
문제는 5년 뒤다. 정부 조직 개편안이 발표된 지 하루 만에 여기저기서 “5년 뒤에 또 바꿔야 할 것 같다”는 불안한 전망이 나온다. “처음 2년 적응하고, 2년 열심히 일하니, 남은 1년 간 또 다시 조직 변경 얘기가 돌더라” 5년 전 소속부처를 옮기고 조만간 다시 바꿀 것으로 예상되는 한 부처 산하기관 관계자의 말이 가볍게 들리지 않는다.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니 어찌됐든 적응은 하겠지만 뭔가 궁극의 해결책이 필요해 보인다. 5년 뒤에는 해결될까.
이호준 성장산업부 차장 newlevel@etnews.com
-
이호준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