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손인춘 새누리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강력한 게임 규제 법안 2종이 게임 업계를 경악케 했다. 2개 법안의 큰 뼈대는 `셧다운제 강화`와 게임업계에 대한 `강제 부담금 징수`다. 게임 업계는 물론 법학자와 의료계도 셧다운제의 실효성과 강제 부담금 징수가 국민의 자율권을 침해하는 법이라는 견해를 내놨다.
소위 융통성이 없거나 자기가 세운 일방적인 기준으로 다른 사람의 생각을 억지로 맞추는 아집과 편견을 우리는 소위 `프로쿠루테스의 침대`라고 한다.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프로쿠루테스란 인물에서 나온 말이다. 그는 지나가는 나그네를 집에 초대해 데려와 쇠침대에 눕히고는 침대 길이보다 짧으면 다리를 잡아 늘리고 길면 잘라 버렸다. 그는 아테네의 영웅 테세우스에게 자신이 저지른 행위와 똑같은 수법으로 죽임을 당한다.
셧다운제는 게임을 `사회악`으로 규정하고 일괄적으로 적용된다는 점에서 프로쿠루테스의 침대와 일맥상통한다. 셧다운제는 국민의 일원인 청소년과 산업의 하나인 게임을 한 틀에 놓고 위·아래를 자르는 행위다. 마치 1970년대 이뤄졌던 통행금지나 장발단속 등 인권 침해 법률과 크게 다르지 않다. 청소년 입장에선 여러 오락거리 가운데 하나인 게임을 선택하는 권리를 침해당했다. 게임 업계는 서비스 이용시간 제한이란 불이익을 받았다.
게임 과몰입으로 학생이 학업에 지장을 받고 부모가 골머리를 앓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법안 발의에 참여했던 한 국회의원은 “법안 내용과 관련 내용을 깊이 알지 못한 분야”라며 “자식을 기르는 부모의 입장에서 게임을 규제해야 한다는 막연한 입장에서 서명했다”고 고백했다.
분명 게임 과몰입 개선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일방적 잣대로 국민의 자율권과 시장의 영업행위를 막는 규제는 시대착오다. 과몰입 문제점이 있다면 이를 먼저 해소할 다양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 셧다운제 강화는 이제 추억의 코미디가 된 20세기 장발단속과 통행금지를 21세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하겠다는 발상과 다르지 않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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