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일부 온라인 판매점에서 갤럭시S3 가격이 15만원까지 떨어졌다. 통신사 영업정지 기간에 다시 보조금 전쟁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 보조금 대란이 일어났을 때 등장했던 17만원 갤럭시S3 보다 더 싸다.
보조금은 이동통신시장을 교란하는 주범이다. 최고 27만원까지 제공할 수 있지만, 한도는 수시로 붕괴된다. 지난해 논란이 됐던 17만원 갤럭시S3가 대표적이다. 갤럭시S3 출고가가 99만4000원임을 감안하면 수십만원의 불법 보조금이 투입됐다. 당시 보조금 차별지급으로 처벌을 받은 통신 3사는 올해 초 LG유플러스를 시작으로 순차 영업정지를 받는다.
처벌에도 불구하고 통신사는 다시 보조금 경쟁에 돌입했다. 영업정지를 앞두고 최대한 가입자를 확보하기 위한 조치다.
보조금 전쟁이 반복되는 이유는 우리나라 휴대폰 유통구조 때문이다. 국내 통신시장은 이통사가 제조사로부터 휴대폰을 일괄 구매하고, 이를 소비자에게 되파는 형태다. 이 과정에서 마케팅 수단의 하나로 보조금이 포함된다. 보조금은 차별화 요소가 줄어든 시장에서 가입자를 유치하기 위해 활용된다. 통신사는 보조금을 지출하는 대신 가입자 유치로 장기간 안정적인 통신료 수익을 도모한다.
하지만 과도한 보조금은 통신사, 소비자 모두에게 부정적이다. 보조금 경쟁이 극에 달했던 지난해 3분기 통신사 수익은 추락했다.
소비자도 보조금이 높을 때 휴대폰을 구입한 일부만 이득을 볼 뿐 전체적으로는 손해다. 경쟁 상황에 따라 수시로 보조금이 변하기 때문에 오전과 오후에 휴대폰을 구매한 사람 간에 수십만원까지 가격이 달라지는 차별 현상이 발생한다.
통신사와 단말기 제조사가 짜고 하는 `출고가 부풀리기`도 유통시장 왜곡의 한 요인이다. 지난해 3월 공정위 조사에서 드러난 행태는 제조사가 단말기 가격을 높게 책정하고, 실제로는 통신사에 싸게 공급한 뒤 차액을 보조금이나 장려금 명목으로 제공하는 식이다. 이같은 불공정 행위는 저렴한 단말기가 시장에 나올 수 있는 길 자체를 막아버린다.
왜곡된 유통 구조는 이동통신재판매(MVNO) 활성화를 가로막는다. 기존 통신사(MNO)에 비해 자금력이 약한 MVNO는 보조금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3분기 보조금 경쟁이 벌어졌을 때 MVNO 가입률은 급격히 낮아졌고, 해지문의도 증가했다.
보조금 경쟁을 근절하기 위한 방안으로 통신 서비스와 단말기 유통 분리가 최우선으로 꼽힌다.
장윤식 한국MVNO협회장은 “국내 휴대폰 시장 매출은 연간 약 23조원 정도인데, 이중 3분의 1에 해당하는 6~7조원이 휴대폰 유통망에 뿌려지는 것으로 추산된다”면서 “유치수수료, 즉 단말기 보조금을 얼마나 쓰느냐에 따라 가입자 유치 실적이 좌우되는 비정상적 구조”라고 지적했다. 이어 “기존 3사 중심의 서비스+단말기 결합형태의 유통망에서는 마진이 없어 MVNO를 판매하려고 하지 않기 때문에 유통체계부터 개선해야 한다”면서 “서비스 요금과 단말기 경쟁이 따로 일어나야 저렴한 단말기도 시장에 나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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