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스타 보이콧까지 불사하겠다는 게임 업계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한국게임산업협회를 중심으로 일관된 목소리를 내면서 게임을 사회 문제 주범으로 간주하고 규제 일변도를 보이는 정부 태도에 단단히 반기를 든 모양새다. 게임을 유해물로 바라보는 정부와 사회적 편견에 본격적으로 맞서겠다는 의지도 보인다.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주요 게임 대기업과 중견기업들이 지스타 불참을 본격적으로 검토하고 나섰다. 위메이드 엔터테인먼트의 공식 제안으로 시작했지만 업계 의지를 대표성 있게 보여줄 수 있는 장치가 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다수의 주요 게임사들은 지스타 참여를 재검토 중이다. 11월에 열리는 지스타를 준비하려면 5월에 참가신청을 확정하고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 문제가 된 2개 의원 발의안을 비롯해 기존 셧다운제 등 규제 법안에 대한 업계 의견을 다시 청취하고 재검토할 수 있는 기회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그동안 게임 업계에서는 셧다운제 등에 대해 각 기업별 의견을 전달하는데 그치는 등 제대로 통일된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이의 제기는 했지만 전반적으로 정부 방침에 순응해왔다. 하지만 이번 2개 게임 규제법안이 등장하면서 `이대로는 안 된다`는 위기감이 빠르게 확산됐다.
한 중견 게임사 CEO는 “지스타 보이콧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정부와 국회의원이 휘두른 칼에 상처를 입은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 몇 년간 꾸준히 게임을 유해물로 간주하고 산업을 규제해온 정부의 태도와 인식이 극에 달했다”며 “문제된 2개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더라도 그동안 정부가 취해온 태도에 제대로 반기를 들 수 있는 것은 지스타에 참여하지 않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게임 대기업과 중견기업들은 지스타에 참여하지 않아도 해외 사업에 큰 영향이 없어 별 문제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주요 게임사들은 고객과의 직접 소통을 확대하기 위해 기업관보다 일반 사용자관 전시 규모를 확대하는 추세다. 때문에 당장 해외 판로 확보가 절실한 중소 벤처기업을 제외하면 대다수 주요 기업들이 향후 정부 움직임에 따라 지스타 보이콧 여부를 최종 확정할 것으로 보인다.
다른 회사 CEO는 “다른 산업도 긍정적 요소와 부정적 요소를 모두 갖는데 유독 게임만 정부가 편향적 시각으로 접근해 답답하다”며 “통제 위주의 접근은 원하는 결과도 얻지 못할뿐더러 산업에 부정적 영향만 더 커지게 되므로 기업들과 함께 좋은 방향으로 풀어가려는 노력이 우선돼야 하다”고 말했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
-
배옥진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