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호이동으로 이동통신사를 변경한 지인이 예상치 못한 혜택을 받았다며 자랑을 늘어놨다. 그는 위약금 대납은 물론이고 기대하지 않은 선물까지 받았다며 다른 사람에게도 번호이동을 권유할 정도였다. 그는 파격적 혜택에 만족하면서도 이통사가 신규 가입자를 유치하는 판매점에 얼마나 많은 금액을 지원하는지 궁금하다고 털어놨다.
이통시장의 한 장면이다. 요즘 이 시장을 보면 `복마전`이라는 말을 제외하곤 딱히 어울리는 말을 찾기 어렵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복마전은 마귀가 숨어 있는 전각이다. 나쁜 일이나 음모가 끊임없이 행해지고 있는 악의 근거지라는 말이다.
통상적으로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음모의 근거지를 지칭한다. 복마전은 부정과 부패, 비리, 탈법·위법과 일맥상통한다.
지난 연말 순차적으로 신규 가입자 모집 중지라는 영업제한 조치를 당한 이통 3사는 연초 약속이나 소모적 보조금 경쟁에서 고객가치 경쟁으로 패러다임 변화를 다짐했다. 하지만 대리점과 판매점과 같은 현장엔 이통사의 선언과는 딴판이다. 선언일뿐, 당초 실천 의지가 없었던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게 하는 대목이다.
이통사뿐만 아니라 이동통신재판매사업자(MVNO)도 보조금 경쟁에 가세하는 등 과열 양상이 만연했다.
자본과 시장의 속성을 모르는 바 아니다. 하지만 가입자 유지 혹은 유치를 위해 이통사와 MVNO가 투입하는 엄청난 비용은 사업자는 물론 이용자 모두에게 부담이다. 사업자는 비용은 늘고 수익성은 줄어 `헛장사`를 반복할 뿐이다. 사업자 비용 증가는 이용자가 지불하는 부담으로 전가된다.
가이드라인을 무시한 채 고객 가치 경쟁이 아닌 연일 보조금 경쟁으로 치닫는 이통 시장이 언제까지 `복마전`을 반복할 것인가. 개탄할 일이다.
김원배 통신방송산업부 차장 adolfki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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