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기업의 한국 견제가 심화하고 있습니다. 대기업뿐 아니라 중견·중소기업도 특허 대응 이해를 높이고 준비해야 합니다.” 박현호 스텝토 앤 존슨 특허전문 변호사는 “국내 대기업과 중소기업 모두 전반적으로 특허 분쟁 대응 경험이 부족해 해외 기업과 분쟁을 겪으면 상당히 불리한 위치에 놓인다”며 “미국을 중심으로 해외 기업이 한국기업 견제 수위를 높여 전문 인력 확보 등 대응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스텝토 앤 존슨은 미국 100대 로펌 중 하나다. 삼성전자와 애플 특허 소송에서 삼성전자 변호 업무 일부를 담당하며 LG전자와 현대자동차 특허 소송 업무도 맡고 있다. 박현호 변호사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소송변호사협회 정회원이다.
박 변호사는 한국 기업이 각 분야 세계 시장 선두로 올라서면서 이에 대한 견제 수위가 높아지고 있음에 주목했다. 그는 “국내 중소기업 중 연평균 10~20개 기업이 미국으로부터 특허 침해소송을 당한다”며 “꼼짝없이 로열티를 지급하거나 수출 금지를 당하는 것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또 “미국 주요 로펌 대부분이 한국어를 구사하는 변호사를 최소 한 명 이상 확보할 정도로 한국 기업 이슈에 관심이 높아졌다”며 “피소당하는 한국 기업은 글로벌 특허 대응 경험이 부족해 효율적으로 대처하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미국은 소위 `특허 괴물`이라 불리는 인터디지털, NTP, 아카시아리서치, 포젠트 네트워크, 시스벨, 인텔렉추얼벤처스 등 세계적인 특허 관리 전문회사가 포진해 있다. 통신·반도체 등 각 전문 분야 특허를 확보해 로열티 수익을 올린다.
세계 특허 소송은 기업에서 국가 차원으로 번졌다. 대만 국책 연구기관인 공업기술연구원(ITRI)은 LG전자를 상대로 2010년 LCD TV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우리도 정부 출연금과 대기업 지분 투자를 통해 특허전문회사인 인텔렉추얼디스커버리와 아이피큐브파트너스를 설립했다. 박 변호사는 “특허는 혁신 기술이나 신기술에만 적용되는 것으로 흔히 알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며 특허를 제대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과 해외의 특허는 전혀 다른데 국내 특허 내용을 그대로 영문 번역해 해외서 특허 출원하는 경우가 많다”며 “현지에 맞는 특허 체계를 적용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조언했다.
새로운 융복합 제품과 서비스가 증가하면서 특허 분쟁 가능성이 높아진 것도 주목해야 한다. 박 변호사는 “적당한 선에서 특허 합의를 하더라도 수 년 뒤에 전혀 다른 분야의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낼 때 해당 특허가 다시 발목을 잡을 수 있다”며 “특허무효 판결을 목표로 소송이 격화되는 것은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