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카' 겉은 한국, 속은 일본…어쩌다?

고안전 반도체 및 전장 부품 국산화 부진

# 지난달 CES 전시회에 참가한 현대자동차는 미래형 스마트카 기술인 `운전자상태감지(DSM) 시스템`을 선보였다. 차량 운전 중 운전자 얼굴 방향과 눈동자 상태 등을 감지해 안전 운전을 돕는 DSM 시스템은 차세대 스마트카 핵심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현대차가 소개한 DSM 시스템은 모두 일본 부품과 특허 기술로 채워졌다.

# 차량용 반도체 사업을 준비해 온 국내 한 팹리스 반도체업체는 어디서부터 연구개발을 시작해야 할 지 전혀 갈피를 못잡고 있다. 개발 과정에서 반드시 준수해야 하는 자동차 기능안전 국제 표준 `ISO 26262`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고 전문인력도 없기 때문이다. 회사 관계자는 “차량용 반도체 사업은 사실상 포기 상태”라고 전했다.

차세대 스마트카 핵심인 고안전 반도체 및 전장 부품의 국내 연구 기반이 붕괴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차량 IT 융합 및 스마트카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 완성차와 부품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들의 원천 기술 확보가 중요해졌지만, 국산화는 지지부진하다. 특히 중소기업들은 국제 특허 장벽에 대한 이해와 인력 부족 등의 어려움이 겹쳐 아예 손을 놓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해외 업체와의 기술 격차가 확대되고, 외산 부품 종속 현상은 더욱 심해질 전망이다. 중장기적으로는 국내 스마트카 산업이 원천 기술 없이 부품 수입 및 조립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상태로 악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운전자상태감지(DSM) 시스템을 비롯한 차세대 스마트카 기반 기술 국산화가 지지부진하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상황은 국내 완성차와 부품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들이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현상이다. 특히 국내 완성차 및 부품 대기업들은 해외 업체들의 특허 장벽으로 인해 상용화가 더딘 상황이다.

실제 기아차는 `K9`에 DSM 시스템을 장착하려 했지만, 도요타·덴소 등 일본 업체들의 특허 장벽으로 인해 시스템 탑재가 무산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모비스가 DSM 시스템을 개발하고는 있지만, 해외 완성차 및 부품 업체들의 특허 장벽으로 상용화가 더딘 상황”이라며 “특허 회피 기술을 개발하던지, 비싼 로열티를 지불하고 외산 부품을 탑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중소기업들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자동차 기능 안전 국제 표준인 `ISO 26262`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은 물론 전문 인력도 없어 시장에 진입조차 못하고 있다. ISO 26262가 자동차를 비롯한 교통 인프라 전반으로 적용 범위를 확대하고 있지만, 국내 업체들의 대비는 전무하다.

이 같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산학연 차원의 고안전 반도체 연구개발 지원 논의는 진행 중이다. 하지만 정부 조직 개편 및 예산 등의 문제로 답보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내년 이후 고안전 반도체 연구개발 지원이 확정되더라고, 과제가 나오기까지는 1~2년이 더 소요되기 때문에 연구개발 인프라 구축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 된다.

위재경 숭실대 교수(정보통신전자공학부)는 “국내 차량용 반도체 및 부품 업체들의 기술 수준은 EU 등 선진국에 비해 길게는 5년 이상 뒤쳐져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ISO 26262 등 국제 특허 장벽은 갈수록 공고해지고 있어, 중소업체들의 연구 기반이 무너질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양종석기자 jsy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