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이통사, “EU 브로드밴드 예산 삭감, 초고속인터넷 산업 죽인다”

유럽연합(EU)이 초고속인터넷 인프라 구축에 투입하기로 했던 예산을 당초 82억파운드(약 14조원)에서 10억파운드로 88% 삭감하면서 관련 업계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더욱이 유무선 통신업계 가장 큰 시장인 영국에서 조차 향후 7년간 관련 투자 규모를 500억파운드에서 240억파운드로 절반 가까이 깎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자 업계는 망연자실이다.

12일 가디언은 EU는 물론이고 영국 등 개별 회원국에서 초고속인터넷 관련 예산을 줄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번 조치는 EU가 2014년부터 2020년까지 투입할 전체 예산을 줄이면서 발생했다. 이번 예산은 앞선 같은 기간대비 3%가 준 것으로, EU 출범 후 첫 삭감이다. EU는 예산안을 짤 때마다 회원국의 이해관계를 조율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어 7년 단위로 책정한다.

업계는 초고속인터넷 등 인프라 예산 삭감은 경제 활성화에 심각한 차질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브라이언 콘돈 커뮤니티브로드밴드네트워크협회 회장은 “유럽 초고속인터넷 사업은 크게 후퇴할 것”이라며 “특히 영국의 경우 브로드밴드 중심국가라는 자부심을 잃게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브리티시텔레콤(BT) 측은 성명을 통해 “정부 정책에 맞춰 준비하고 있던 기업들은 피해가 심각하다”고 밝혔다.

EU의 연구에 따르면 광대역 인터넷망은 정보화를 촉진시켜 경제사회의 효율을 높여 EU의 GDP를 0.71% 끌어올리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하지만 예산이 깎이면서 민간 부문에서 자금을 조달해 스스로 투자를 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기간산업인 만큼 정부의 역할을 기대했던 기업들에겐 뼈아픈 손실이다.

현재 후지쯔는 영국 전역 500만 가구에 100Mbps의 속도를 낼 수 있는 초고속인터넷을 설치 중이다. 영국 내 전신주 및 케이블망을 설치한 BT는 후지쯔와 시범사업을 실시해 망 전환 작업을 벌이는 중이다. 닐리 크로스 EC 부회장은 “삭감은 디지털 서비스에 대한 질을 낮출 가능성이 크다”며 “근시안적인 사고”라고 비판했다.

허정윤기자 jyhu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