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4~5년 간 우리나라 주력 산업을 둘러싼 변화는 충격의 연속이었다. 대표적인 것이 `아이폰 쇼크`다. 아이폰의 등장으로 국내 휴대폰 산업은 순식간에 위기에 봉착했다. 시장 경쟁의 틀은 이통사와 휴대폰 제조사의 폐쇄적인 골방에서 일반 소비자와 애플리케이션 생태계로 이뤄진 광장으로 이동했다. 이 같은 권력 이동에 어떻게 대응했느냐에 따라 수많은 업체들의 생사가 갈렸다.
삼성과 노키아의 명암도 아이폰 쇼크 대응 여부에 따라 달라졌다. `갤럭시S` 시리즈로 반전의 기회를 잡은 삼성은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빠르게 끌어올리며 애플과 건곤일척의 승부를 벌인다. 이에 반해 자체 운용체계(OS)인 심비안의 덫에 걸린 노키아는 추락을 거듭했다. 영원할 것만 같던 휴대폰 제국의 영광은 이제 빛바랜 사진 속에서나 찾을 수 있을 뿐이다.
아이폰 쇼크를 돌아보는 것은 조만간 `스마트카 쇼크`가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을 덮칠 것이라는 경계심 때문이다. 자동차는 엔진 중심의 기계 산업에서 IT와 접목한 전자시스템 산업으로 빠르게 변화한다.
스마트카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 일본, 유럽연합(EU), 미국 등은 산업 생태계를 재편한다. 완성차와 부품 업체가 연계해 스마트카 기반 기술 확보에 적극적이다. 특히 일본의 움직임은 필사적이다. 최근 일본 전기전자 분야 국책 연구개발 과제 대부분은 자동차와 연관됐다.
현대기아차를 비롯한 우리나라 완성차와 부품 및 전장 업체들의 스마트카 연구개발은 제자리걸음을 한다. 원천 기술 개발도 미진하다. 산업의 틀이 바뀔 때 단 한 번의 판단 실수는 곧 생사와 직결된다. 또 원천 기술을 갖춘 업체들의 주도권은 더욱 공고해질 것이다. 스마트카 쇼크에 대비하기 위해 국내 산·학·연·관을 망라한 연구개발 생태계를 구축해야 할 시점이다. 늦었다고 생각하는 때가 바로 시작하기 가장 좋은 때다.
양종석기자 jsy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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