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당선인이 누누히 강조해온 안보와 치안 의지는 외교·국방·법무 장관 인사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
사실상 1차 조각(組閣) 발표인 2차 인선에서 외교부와 국방부 장관이 포함된 것은 북한의 3차 핵실험으로 인한 한반도 위기 상황과 무관치 않다. 박 당선인은 3개 부처 장관 후보자로 안보위기에 신속하고 안정적으로 대응하고 법질서 확립과 사회안전 강화에 크게 기여할 인물을 포진시켰다.
새 정부 초대 외교부 장관으로 지명된 윤병세 외교국방통일분과 인수위원은 박 당선인의 외교안보 정책 분야 핵심 브레인이다. 인수위 외교국방통일분과에서 활동할 때부터 차기 외교 장관으로 하마평에 오를 정도로 박 당선인의 신임이 두터운 인물로 평가된다. 외무고시(10회) 출신으로 외무부 북미1과장과 주미 공사 등을 역임했다. 2004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정책조정실장, 외교부 차관보,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을 지낸 참여정부의 대표적 외교안보통이다. 외교안보수석을 마친 뒤 야인으로 있을 당시 박 당선인에게 몇 차례 외교안보 분야 조언을 해주다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직원들은 윤 내정자가 지난 수년간 박 당선인을 가까이 보좌하며 외교·통일 분야 공약 전반을 총괄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외교부 정책 추진에 힘이 실릴 것으로 기대했다.
국방부 장관 후보자인 김병관 전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은 한미 군사관계에 정통한 인물이다. 북한 핵위협에 대응해 어느 때보다 요구되고 있는 공고한 한미동맹을 반영한 인사라는 평가가 나왔다.
서울대 화공과에 입학한 뒤 중퇴하고 육군사관학교에 진학했다. 수석입학과 수석졸업을 할 정도로 학구파였다. 생도 시절부터 병서인 손자병법을 300회 이상 정독하고 이를 부하들의 교육훈련에 접목했던 유명한 일화가 있다.
참여정부 시절 연합사 부사령관으로 재직할 때 삐걱대던 한미관계 속에서도 당시 버웰 벨 연합사령관과 전폭적 신뢰관계를 맺어 양국 현안을 무리 없게 소화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각종 연습 및 훈련 때 전쟁원리를 적용한 창의적인 전법을 구사했고 부하들의 의견을 충분하게 경청한 후 대안을 제시하는 스타일이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김병관 국방부 장관 내정자를 발표함에 따라 새 정부의 외교안보정책 라인업도 윤곽을 드러냈다. 윤·김 장관 내정자는 앞서 인선된 김장수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장관급) 내정자와 함께 `박근혜 외교안보`를 책임지게 됐다. 통일부 장관 인선이 남은 상태이지만 큰 틀에서는 `김장수-윤병세-김병관` 3각 체제 속에 외교안보정책의 밑그림이 그려질 것으로 보인다.
황교안 법무부 장관 내정자는 `공안통`으로 꼽힌다. 검찰 공안 분야에서 잔뼈가 굵었고 국가보안법 해설서를 펴낼 정도로 공안 업무에 정통한 학구파다. 황 내정자는 차분하고 온화한 성품으로 전형적인 외유내강형 인물이라는 말을 들어왔다. 원칙을 중시하고 꼼꼼하면서도 합리적으로 일 처리를 한다는 평가다.
서울중앙지검 2차장이던 지난 2005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국정원·안기부 불법도청 사건 수사를 지휘했다. 특히 불법 도청을 지시·묵인한 혐의로 전직 국정원장인 임동원·신건 씨 등 2명을 구속하는 초강수를 뒀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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