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반도체 설계 기술이 빛났다. 세계 최고 권위 반도체 학회가 선정한 `60년간(또는 최근 10년간) 최고 기여자(Top contributor) 16인`에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한국인이 2명 포함됐다. 조규형(60)·유회준(53) KAIST 전기 및 전자공학과 교수가 주인공이다.
ISSCC는 매해 2월 열리는 세계 최대 반도체 학술 대회로, 매년 논문 200여편을 선정한다. 올해 60주년을 맞아 지난 60년간 반도체 회로 설계 분야에서 가장 큰 공로를 세운 16명을 뽑았다.
조규형 교수는 전력 분야를 연구하다가 2000년 아날로그반도체 회로로 전공을 바꾼 뒤 2004년부터 총 24편의 논문을 ISSCC에 냈다. 전력관리반도체(PMIC)와 각종 아날로그 회로 권위자다. 조 교수 연구실에서 올해만 3편의 논문이 통과됐다.
유회준 교수는 메모리 반도체로 시작해 시스템 반도체 등 응용 분야로 연구 범위를 넓혀왔다. 지난 1995년 하이닉스(현 SK하이닉스) 재직 당시 국내 처음 256MB SDRAM 논문으로 ISSCC에 데뷔한 뒤 지난 2000년부터는 매년 논문을 발표, 총 32편을 게재했다. 지난 2003년부터 ISSCC 기술분과위원, 집행위원, 아시아위원장 및 분과위원장을 역임했고 내년에는 부위원장, 오는 2015년에는 위원장으로 내정됐다.
이달 17일부터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ISSCC 2013은 한계에 봉착한 반도체 미세화기술을 비롯해 의료·건강, 무선전력전송, 터치센서, 미세전자기계시스템(MEMS) 등 새로운 반도체 응용 산업을 집중 조명할 예정이다.
“우수한 학생들과 학교·정부의 지원 덕택이다.”(조규형 교수)
“40여년간 한국이 회로 기술을 선도해 온 전통이 발휘된 것이다.”(유회준 교수)
두 교수는 한국의 반도체 회로 설계 경쟁력이 세계적인 수준으로 올라선 것은 그동안 범국가 차원의 노력이 결집된 결과라고 입을 모았다.
조 교수는 “기업이 당면한 고난도 기술 과제를 해결한 경험이 밑거름이었다”고 설명했다. KAIST의 역할도 컸다. 유 교수는 “세계적으로 KAIST 출신 회로 설계 인맥이 구축돼 연구 경험을 적극 공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1980년대 ISSCC는 미국·일본·유럽 등 선진국 학계가 장악하고 있었다. 한국은 지난 1990년대 중반부터 논문을 내기 시작한 후발주자다. 하지만 지난 2011년 이후 3년 연속 KAIST가 세계 모든 대학·기업을 제치고 논문편수 1위에 올랐다.
두 교수는 앞으로 기초 기술 개발뿐만 아니라 상업화에도 힘 쏟을 참이다. 유 교수는 `입을 수 있는(웨어러블) 헬스케어` 기술을 세계 처음 반창고·파스·코인형 센서로 개발해 올 상반기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조 교수는 휴대 기기용 PMIC, 능동형(AM)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구동칩, 전력수집(하베스팅) 등 아날로그반도체 전 분야에서 효율을 높이는 기술을 개발할 계획이다.
반도체학계 양 수장은 국내 반도체 산업에 관한 전망도 내놨다. 유 교수는 “팹리스 회사가 시스템 및 소프트웨어(SW)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정부가 융합 플랫폼을 지원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조 교수는 “카이스트반도체설계교육센터(IDEC) 등을 활용해 장기적인 관점에서 인력을 양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은지기자 onz@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