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작은` 방통위가 정답이다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정부 조직개편 작업이 헛바퀴를 돌린다. 다른 분야는 얼추 합의를 이뤘지만 방송통신은 오히려 뒷걸음질이다. 민주당과 새누리당, 종편과 지상파, 케이블과 위성방송업체가 고집스럽게 각자 주장으로 맞서면서 조직개편은 사실상 정치판으로 변질됐다. 최소한의 개편 취지와 객관적 사실마저 사라지고 이해관계를 앞세운 진영 논리만 난무하는 모양새다. 무엇이 진실인지 혼란스러울 정도다.

시민단체와 민주당 진영은 지상파, 종합편성채널·보도채널뿐만 아니라 방송과 관련한 모든 진흥과 규제 권한을 방통위에 놔둬야 한다며 팽팽하게 맞선다. 방침 표명을 유보하던 종편 진영은 최근 방송과 통신이 융합 추세라며 지상파·케이블TV·위성방송 등을 구분하지 말고 방송 업무 전체를 방통위에 일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공교롭게도 시민단체와 비슷한 목소리를 낸다. 인수위 개편안대로라면 일부 대기업이 자칫 건전한 방송 생태계를 위협하는 공룡기업으로 만들 수 있다며 격앙된 분위기다.

반면에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사회적 여론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지상파와 종편·보도채널 등은 규제기관인 방통위에 존치한다는 원안에서 한 발도 물러나지 않을 기세다. 유선방송·방송채널사업자, 위성방송과 IPTV 등에 관한 업무도 신설 예정인 미래부에 이관하겠다는 확고한 태도다. 일부 협상 가능성을 열었던 새누리당 진영은 `인수위 원안 통과`라는 강경한 태도로 돌아섰다.

누구 주장이 정답인지 사실 헛갈린다. 그러나 잠시 시계바늘을 돌려 보자. 지난 5년간 방통위는 `방송통신`이 아닌 `방송중심`위원회라는 오명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그럼에도 유독 방송정책에 무력했다. 이해관계가 다르거나 정치적 영향이 큰 사안은 여지없이 결론을 짓지 못하고 파행으로 끝나기 일쑤였다. 지상파 재전송, 종합편성, 의무전송채널, 편법 위성방송(DCS) 등 어느 것 하나 깔끔한 해법을 내놓지 못했다. 결국 진흥과 규제 모두를 아우르겠다는 이상론과 비대한 기능에 걸맞지 않은 합의제라는 한계 때문이었다. 만약 새 정부의 방통위가 현 방통위와 판박이라면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하다.

이 때문이라도 방통위를 미래부 산하로 편입시켜 힘을 빼고 정치 논리를 배제하는 게 최선이다. 규제 기능만 수행하면서 신속한 의사 결정이 가능한 행정위원회 수준이면 충분하다. 존치가 불가피하다면 최소한의 규제 업무만 맡기는 쪽이 차선이다. 규제가 강할수록 산업과 시장이 위축되는 게 정책 생리다. 분야가 비대해질수록 책임도 불분명해지고 권한 남용 가능성도 높다.

한 번 겪은 시행착오를 다시 반복할 필요가 없다. 공공성이라는 미명 아래 방송에서 정치 논리가 횡행할수록 실망감은 커진다. 정작 정책 우선순위인 산업 육성은 다시 대답 없는 메아리에 그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작은` 방통위가 정답이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