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3차 핵실험을 둘러싼 `불편한 진실`이 확산된다. 국내외에서 나온 과학적인 측정 및 분석 결과가 중구난방인 탓이다.
지난 12일 북핵실험 이후 엿새가 지났지만, 핵실험에 농축우라늄을 썼는지 플루토늄을 썼는지 똑떨어지게 나온 것이 없다. 정부와 원자력안전기술원의 방사성 핵종 분석은 포집단계부터 실패했다. 10억원 넘게 들여 도입한 독일제 방사성 크립톤-85가스 탐지 장비와 스웨덴제 방사성 제논가스탐지 장비는 무용지물이었다. 크립톤과 제논 탐지 여부는 핵실험에 쓴 핵물질이 농축 우라늄인지 플루토늄인지를 판단할 수 있는 중요한 잣대다.
농축 우라늄은 플루토늄에 비해 상대적으로 핵탄두를 가볍고 작게 만들기 쉽다. 대륙간탄도탄(ICBM) 수준의 전력 확보를 위해 핵탄두 지름이 90㎝, 무게는 500㎏ 이하여야 한다는 게 통설이다.
폭발력 논란도 오리무중이다. 폭발력 규모부터 헷갈린다. 정부 발표대로라면, 지진파 규모가 4.9다. 하지만 일부 외국 지진 분석기관이나 세계적인 핵 전문가인 지그프리드 헤커 박사 등에 따르면 최고 5.2까지 예상했다. 말이 0.3 차이지, 실제 느끼는 폭발력의 차는 3~10배가 된다. 히로시마에서 터진 원자폭탄의 1.5~5배까지 예상할 수 있는 수치다.
핵실험 규모와 원료는 상대방 기술력을 파악하는 기본 요소다. 과학적 분석엔 상황에 따라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지금은 기본도 안 된다. 변명도 없다. 지난 2009년 제논 탐지에 실패했던 2차 핵실험 때와 별반 다르지 않다.
제논 포집 실패는 바람 방향 탓이 클 수 있다. 극미량을 포집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제논 반감기는 종류에 따라 9시간에서 12일이다. 갈수록 탐지 가능성이 줄어든다. 그렇다고 4, 5차 핵실험까지 예견되는 상황에서 기상 탓만 할 수는 없다.
방법을 찾는 게 과학이다. 바람 방향의 예측이 잘못됐으면, 왜 잘못됐는지 원인을 찾아 수정해야 한다. 장비가 제 기능을 못한다면 정밀한 것으로 바꿔야 한다. 그래도 안 되면 자체 개발에라도 나서야 한다. 시설 운용이 제대로 안 된다면 능력 있는 사람으로 과감하게 교체도 해야 한다.
전 국토에 미사일을 사방팔방 배치해도 핵무기를 당할 수는 없다. 한반도 주변국인 러시아와 중국 등은 이미 핵 보유국이다. 핵이 없는 일본과 대만 등도 핵 보유를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 정부의 정무적 판단도 중요하지만 실상 파악이 더 중요한 이유다.
이미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태를 통해 핵의 무서움은 모두가 뼈저리게 절감했다. 국민 모두의 힘을 모으는 일도 절실하다. 반핵이든 비핵이든, 핵무장이든 정확한 과학적 분석방법과 실효성 있는 대응책을 서둘러 찾아야 한다는 것은 분명하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