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정보화? 정보문화!

울랄라세션 리더 임윤택 씨 사망을 둘러싼 일부 네티즌의 글이 도마에 올랐다. `일간베스트 저장소`, 줄여서 `일베`라고 불리는 사이트가 대표적이다. 일베의 글 중 특히 임 씨와 노무현 전 대통령을 함께 묶어 욕하거나 유가족을 조롱하는 글은 필설로 옮기기조차 낯 뜨거운 내용이다.

일베는 날 선 비난의 융단 폭격을 맞았다. 많은 신문과 방송이 일베를 `기본적 예의를 망각한 집단`으로 평가했다. 여기까지 망자(亡者)에게 각별한 예의를 갖추는 우리나라 문화를 감안하면 납득할 만한 결과다.

문제는 그 이후다. 합리적 비난의 수준을 넘어 집단적 폭력 성향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일부 언론은 일베를 `문을 닫아야 할 정신병자 집합소`로 평가하면서 당장 규제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교롭게 일베는 분산서비스거부(DDoS) 공격을 받아 하루 이상 서비스가 중단됐다. 일베를 탐탁지 않게 여긴 집단의 공격일 가능성이 높다.

분명 일베 글 중에는 정서적으로 도를 넘은 사례가 적지 않다. 누가 봐도 심하다고 손가락질할 수준이다. 하지만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사리에 어긋난 규제를 들이대거나 사이버테러를 자행한다면 일베를 비난할 자격조차 없다.

일베로 대표되는 일부 극단적 표현을 즐기는 네티즌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일베를 공격하는 집단도 모두 정보 문화 부재의 산물이다. 인터넷을 바라보는 이해도가 떨어지는 다수가 인터넷을 유용하게 쓰기보다 악용하기를 즐기는 소수와 돌팔매질하는 셈이다.

시계바늘을 30년 전으로 돌려보자. 1980년대 초 교사가 도박 빚을 갚으려고 학생을 유괴해 살해하는 초유의 사건이 발생했다. 유산 때문에 부모를 살해한 패륜범죄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당시 언론은 경제 성장에만 치중한 채 정신문화 함양에 소홀한 정부를 질타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정보화는 세계 최고 수준으로 올라갔지만 정보 문화는 바닥이다. 초고속인터넷은 사무실과 가정마다 깔렸다. 초등학생까지 스마트폰은 들고 다닌다. 하지만 업무 효율성이나 말초적 쾌락만이 판을 친다. 남을 배려하거나 다양성을 인정하는 소양을 찾기 어렵다.

정부도 정보문화에 뒷전이다. 이명박정부는 그나마 있던 정보문화진흥원을 정보화진흥원으로 통합했다. 통합 후 예산과 인력 감소는 불을 보듯 뻔하다. 사람도 없고 돈도 없는데 정부 문화 사업이 제대로 이뤄질 리 없다.

노파심에서 하나만 더 첨언하자. 일베 관련 새로운 규제는 바람직하지 않다. 고 최진실 씨 사망 시기 비방 댓글이 논란을 일으키자 나온 산물인 인터넷 실명제를 기억해야 한다. 5년 동안 각종 부작용을 낳은 인터넷실명제는 결국 지난해 위헌판결을 받았다.

정보 문화는 단기 효과를 노리는 규제로 성숙되지 않는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장기적 안목을 갖고 교육과 자율 규제를 꾸준히 해나갈 때 가능하다. 부디 새 정부는 눈에 보이는 정보화에 그치지 말고 더 중요한 정보 문화에 관심을 가지기 바란다.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