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가 정식 출범했다. 25일 박 대통령은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취임식을 열고 곧바로 업무를 시작했다. 26일에도 분 단위를 나눠 쓸 정도로 바쁜 시간을 보냈다. 5년 재임기간 박 대통령의 국정 핵심지표는 무엇일까. 이를 엿볼 수 있는 게 취임사다. 박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유독 `행복`을 많이 언급했다. 총 20회로 57회인 `국민` 다음으로 행복이라는 표현을 썼고 `경제`와 `문화`가 19회를 차지했다. 박근혜 정부하면 떠오르는 `창조`와 `신뢰`는 각각 8번과 9번에 그쳤다. 이전 노무현·이명박 취임사 때 행복이라는 단어의 존재조차 없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격세지감이다.
![[행복한 과학]박근혜=국민행복=과학기술](https://img.etnews.com/cms/uploadfiles/afieldfile/2013/02/26/396662_20130226140859_239_0001.jpg)
유추해 볼 때 행복은 5년 동안 새 정부를 대표하는 키워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지난해 7월 당내 경선 출마선언 때부터 강조한 국정 운영의 핵심 목표도 `국민 행복`이었다. 21일 인수위원회가 공식 발표한 국정 비전도 `국민행복, 희망의 새 시대` 였다. 박 대통령은 취임식에 앞서 국립현충원 방명록에도 `경제부흥, 국민행복, 문화융성으로 희망의 새 시대를 열겠습니다` 라는 문구를 남겼다.
행복, 멋지면서 설레는 단어지만 이를 뒤짚으면 대한민국 국민은 공교롭게 불행하다는 반전이 성립된다. 대한민국은 이미 위상 면에서 글로벌 경제대국으로 부상했다. 세계에서 9번째로 무역 1조달러를 달성했으며 G20정상회의로 국제사회 중심으로 우뚝 섰다. FTA를 통해 세계 3위의 경제 영토를 확보했다. 1인당 국민소득이 2만5000달러에 멈췄지만 그래도 얼추 세계에서 30번째로 잘 사는 나라다. 불과 20~30년만에 세계 변방에서 중심국으로 올라선 것이다.
그러나 정작 국민은, 불행히도 행복하지 못하다. 행복은 주관적이라지만 다른 나라와 비교할 때 불쌍할 정도로 바닥권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2011년 34개 회원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행복지수 순위에서 한국은 26위에 오르는 데 그쳤다. OECD국가자살률 통계에서는 10만명당 자살률이 33.6명으로 `우울한` 1위를 수년째 지키고 있다. 믿기 힘들지만 2위인 일본 21.2명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은 수치다. 미국 갤럽조사에 따르면 행복체감 정도에서 148개국 가운데 우리나라는 97위에 불과했다. 굳이 통계를 인용하지 않더라도 일상적으로 듣는 게 삶은 갈수록 팍팍해지고 있다는 말이다. 삶의 만족도가 급전직하한 결과다. 경제는 선진국이지만 행복은 후진국인 셈이다.
왜 일까. 이유는 여러 가지다. 국가 위상에 한참 뒤처지는 복지제도 때문일 수 있다. 여가 활동조차 하기 힘들 정도로 바쁜 생활도 꼽을 수 있다. 배 고픈 건 참아도 배 아픈 건 못 참는다는 상대적인 박탈감도 고개를 끄덕이는 요인이다. 결국 따지고 보면 삶의 질 문제다. 삶의 질은 정신적·물질적 요인을 모두 포함한다. 여유가 없고 각박해질수록 삶은 고달퍼질 수밖에 없다. 박근혜 정부가 유독 행복에 방점을 찍은 데도 이 때문이다.
`행복은 꼭 소득 순`이 아니라는 사실을 절감했다는 이야기다. 더 이상 경제 성장이 행복을 보장하는 키워드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학기술 방향도 달라져야 한다. 지금까지 과학기술은 경제성장을 위한 든든한 지렛대였다. 여전히 유효하다. 이제는 여기서 삶을 위한 과학, 개개인 삶의 질을 높이는 기술 쪽으로 더욱 확대해야 한다. 국민 행복을 전제하지 않는 과학기술은 무의미하다. 국민 행복으로 가기 위한 연결고리를 과학기술이 만들어야 한다. 사람을 품는 따뜻한 과학이 바로 행복한 국민을 위한 해답이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