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공팔과이(功八過二)

서울에서 부산을 가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6만원대의 비행기에서부터 2만원대 기차(무궁화)까지 교통수단은 다양하다. 이동시간에 차이가 있을 뿐 선택은 소비자 몫이다.

우리가 콘세트에 전기제품을 꽂아 편리하게 사용하는 전기는 이와는 조금 다르다. 발전단가에 차이가 있을 뿐 소비자들이 전기 품질을 선택할 수 있는 몫은 없다. 각 가정은 한국전력으로부터 같은 가격과 품질의 전기를 공급받는다. 지난해 10월 기준 발전사가 한전에 공급한 1㎾h당 발전원별 판매단가를 보면 원자력은 41.87원, 유연탄은 69.77원, LNG복합 173.07원, 석유는 256.44원이다. 원자력은 사용후핵처리 추가비용이 들지만 생산·판매단가가 다른 발전원과 비교해 가장 저렴한 것이 사실이다.

출범한 박근혜 정부는 원전에 대해 2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 발표 전까지 축소 여부 판단을 유보했다. 지식경제부가 지난주 발표한 6차 전력수급계획에도 원전을 `빈칸`으로 남겨뒀다. 국민 소통과 이해의 시간을 더 갖자는 뜻이다.

사실 지난해 일어나지 않아야 했던 불행한 일이 현실화 됐다. 고리원전 1호기 정전사고 은폐에 이어 뇌물비리까지 드러났다. `꼭 이것만은 피했으면` 했던 것이 족집게처럼 불쾌한 추억이 됐다. 국민의 신뢰를 걷어차고 스스로 안전에 대한 불신의 무덤을 팠다. 원전 존립마저 위협할 만큼 치명상을 입혔다. 원전 반대론자들의 말이 전혀 그릇된 것은 아니다. 일순간이라도 방심하면 재앙이 된다는 교훈을 우리는 일본 후쿠시마 원전으로 너무 잘 안다.

하지만 대안 없는 원전반대는 공상에 불과하다. 원전은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석탄발전의 1% 수준에 불과한 것은 차치하더라도 우리가 전기를 저렴하게 사용할 조건을 제시한다. 국내 전력생산 원 중 원전은 31%를 차지한다. 이를 가동하지 않고 석탄과 액화천연가스(LNG), 신재생에너지로 전력을 공급하면 국민들은 지금보다 4배 가량의 요금 부담이 발생한다. 독일과 일본이 그렇다. 이 나라 국민들이 한 겨울에 누가 시키지 않아도 내복을 스스로 찾는 이유다. 에너지를 아끼려는 것보다 전기요금을 줄여 가게 부담을 덜겠다는 의지가 더 강하다.

삼면이 바다인 우리나라는 사실상 섬이다. 전기가 남아도 누구한테 팔 수 없다. 부족해도 국가간 계통융통이 가능한 유럽과 달리 어디서 빌려 올 수 없다. 저렴한 전기공급이 없었다면 우리 수출 규모가 세계 7위의 반열에 올라 설 수 없었다. 원전 유지·확대를 에너지 대안으로 꼽는 것도 이 때문이다.

잇따른 원전고장과 납품비리가 원전이 그간 제공한 공(功)을 온통 과(過)로 덮어버려선 안 된다. 빈대 잡는다고 초가삼간을 태울 것인가. 과를 철저히 배척하되 공도 인정하는 혜안이 필요하다.

김동석 그린데일리 부장 ds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