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전력이 `동반성장 정책설명회`를 열었다. 설명회 슬로건은 `동반불패`였다. 중소기업의 납품 진입장벽을 대폭 완화하고 자금과 연구개발(R&D) 지원을 강화해 중소기업 중심의 동반성장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강한 의지가 담겨 있다. 동반성장 사업은 조환익 한전 사장이 취임하고 가장 먼저 추진한 사업일 정도로 각별하다.
일회성이 아닌 지속가능한 동반성장을 핵심가치로 내세운 한전에 아직도 닫힌 입장 관행이 존재한다는 소식이다. 씁쓸하다. 한전이 디지털계통보호전송장치(PITR) 입찰 과정에서 특정 업체에 일감을 몰아주고 신규업체 참여를 제한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중소기업 납품 장벽을 낮추겠다던 한전이 10년 이상 특정 제품 입찰을 `그들만의 리그`로 진행해 왔다고 한다. 동반불패의 진실성이 의심되는 대목이다.
2000년에 시작한 한전의 PITR 입찰사업을 두 회사가 번갈아가며 수주했음은 물론이고 신규 업체가 참여하는 것을 막기 위해 사전 고시 없이 자격 항목을 추가하기도 했다. 오랫동안 한전에 제품을 공급하려고 준비한 기업은 헛물을 켜야 했다.
한전은 특정 업체에 일감을 몰아준 것도 모자라 매년 수십 차례 진행된 입찰공고를 돌연 연간 단가계약으로 전환해 신규 업체 참여를 어렵게 하기도 했다. 또 PITR 사업 대부분을 수주한 두 회사의 평균 낙찰률은 99%에 이른다. 이쯤 되면 두 회사를 대놓고 몰아줬다는 추측이 가능하다. 한전 내부의 특별한 지원 없이는 불가능한 낙찰률이기 때문이다.
한전이 사회공헌과 중소기업 지원 활동을 오랫동안 진행하면서 도움을 준 것은 사실이다. 투명하고 정의로운 경영을 하려는 의지가 강하다는 것도 잘 안다. 하지만 백 번 잘해 쌓은 공든 탑도 단 한 번의 실수로 무너지게 마련이다. 한전의 동반불패 동반성장이 성공하려면 뼈를 깎는 혁신을 감내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