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특허전쟁 `중소기업이 희생양`

국내 전자·IT 산업계에서는 올해 `글로벌 특허분쟁`이 더욱 심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특허전쟁이 국내 기업 이미지 제고 등에 긍정적인 결과를 낳을 것이라는 예측이 다소 우세였다. 그러나 소송비용이 제품 단가 인하 등 이어져 중소 전자·IT기업에서는 경쟁력이 크게 약화된다는 지적이다.

◇산업 전체엔 긍정적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KEA) 특허지원센터가 국내 전자·IT기업 384곳을 조사한 결과 올해부터 글로벌 특허분쟁이 `더욱 격화된다`는 응답이 62%에 이르렀다. 자사 기술 권리를 보호하는 한편 경쟁사가 시장에 진입하는 시도를 봉쇄하는 경향이 강해진다는 전망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글로벌 특허분쟁이 전자·IT산업에 일부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견도 내놓았다. 우리 기업의 47.4%가 산업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응답해 `부정적(43.2%)`이란 의견보다 다소 우세했다.

배경은 우리 기업 브랜드 위상이 높아지기 때문. 지난해 삼성·애플을 필두로 글로벌 특허전쟁 이후 브랜드의 세계 시장 인지도가 `증가할 것`이라고 생각한 기업이 전체 48.7%로 가장 높았다. `변동없다`와 `감소할 것`이란 응답은 각각 33.1%, 18.2%다. 특허지원센터 측은 “국내외 다양한 언론에 노출돼 글로벌기업과 동등하게 경쟁하려는 한국기업, 제품 인식, `KOREA` 브랜드 이미지 제고가 긍정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며 “디자인, 기술 등 제품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기업 경쟁력이 생기고 제품 수요 증가로 시장 점유율이 확대될 것이라 전망하는 기업이 많다”고 설명했다.

◇분쟁 비용과 매출 감소 불가피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특허전쟁이 자사와 관련 있다고 응답한 기업이 뽑은 첫 번째 영향은 `매출 감소(25.8%)`다. 매출이 증가할 것이란 기업(24.2%)보다 다소 많다. 특허분쟁이 산업 전체에는 좋을 수 있지만 자사 피해는 별개란 의미다. 매출 감소는 중소기업에 집중될 전망이다. 매출액 300억원에서 1000억원 사이 중소기업은 43.5%가 매출 감소를 우려하고 있다. 매출 1조원 이상 대기업 18.5%만 매출 감소를 예상하는 것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분쟁 비용 지출도 무시할 수 없다. 특허분쟁 격화로 비용이 상승할 것이라 예상하는 기업(45.5%)이 비용 감소(4.5%)보다 10배 많았다. 센터는 “동향조사와 기술·시장 모니터링을 위해 정보수집 비용 증가 등 앞으로 발생할지 모르는 분쟁 대비를 위한 지출 증가가 주원인”이라며 “매출 규모가 클수록 비용이 상승할 것으로 예측하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설명했다.

특허권 보호가 강화되면서 라이선싱 비용(로열티)이 비싸지는 것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로열티가 최근 특허분쟁 때문에 큰 영향을 받지는 않겠지만 상승을 걱정하는 기업이 27.1%로 감소할 것이란 응답(2.5%)보다 높았다. 글로벌 특허소송 이후 특허로 이윤을 창출하려는 특허관리전문회사(NPE)와 특허 풀(Pool)이 늘어나고 기존 라이선서가 로열티 인상을 요구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의 예측이다.

◇중소 부품업체 진퇴양난

전자·IT기업 35%가 자사도 특허분쟁 발생 가능성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응답했다. 업계 평균의 2배 수준이다. 2009년 조사에 따르면 전자·IT기업 특허 분쟁 발생 비율은 16.1% 수준이었다. 전자부품 업계에서는 40%가 자사에서 특허분쟁이 발생할 것이라 우려했다. 지난해 KEA 조사에서는 전자·IT산업의 절반 이상(60%)이 전자부품·가전, 전자기기 부품 관련 기업인 것으로 확인됐다. 산업 대부분이 분쟁 발생 두려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셈이다. 글로벌 특허전쟁이 산업 전체에는 긍정적 요소가 있을 수 있지만 부품 업계서는 부정적 영향이 클 것으로 전망했다.

첫 번째 이유는 한국 기업 부품 채용률이 저하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허분쟁 당사자인 애플 등 해외 완제품 기업이 한국산 부품을 사용하지 않으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부품업체에 돌아온다. 센터 측은 “완제품 기업끼리 특허전쟁에 돌입했을 때 막대한 소송비용이 부품 단가 인하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소송으로 인해 제품 출시가 지연되고 소송 관련 비용이 커져 기업경영뿐 아니라 산업 전반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의미다.

◇“중소 전자·IT 업계부터 대비해야”

스마트폰 등 완제품과 관련해 대기업 소송이 `글로벌 특허전쟁` 중심이지만 그 여파는 중소기업을 비롯한 산업 전반에 미칠 수밖에 없다. 지난해 삼성과 애플에서 제조한 스마트폰이 특허분쟁의 쟁점이지만 영향은 `공급사슬(서플라이 체인)` 전체에 미친다. KEA는 지난해 “스마트폰에 적용되는 500여개 유관부품, UI/UX, 애플리케이션 등 소프트웨어 분야까지 고려하면 해당 서플라이체인은 수천 개에 이른다”고 발표했다.

전자·IT산업에서 중소기업 비중은 98.3%다. 중소기업 전자·IT기업은 특허 관련 전문인력, 정보, 자금 부족으로 분쟁 대응력이 매우 취약하다. KEA가 발표한 중소 전자·IT기업 특허관리 실태 조사에 따르면 지식재산(IP)권 담당 인력이 아예 없는 기업이 전체 40%를 차지했다. 특허지원센터는 “기술 개발 전에 해외 시장이나 경쟁사 특허 조사를 하지 않는 기업이 대부분(78%)”이라며 “IP관리 비용으로 연간 1000만원 이상 투자할 여력이 없는 기업도 절반 이상(62%)”이라고 밝혔다.

임호기 센터장은 “10년간 미국 특허소송 분석을 통해 `특허분쟁 예측 모델`을 개발해 분쟁 가능성이 높은 기술을 미리 예측하고 대응 전략을 수립·지원하는 서비스를 올해 상반기부터 서비스하겠다”고 밝혔다. KEA 특허지원센터는 특허분쟁이 발생했거나 발생이 예상되는 `품목별 특허협의회`와 `분쟁예측 시스템을 이용한 예측 정보 제공` 등 중소 전자·IT기업 특허분쟁 대응력을 강화하고 사전 대비를 지원하고 있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

분쟁 이후 우리 기업 시장 점유율

특허소송이 매출에 미치는 영향

자료: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 특허지원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