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내정자의 전격 사퇴로 새 정부 창조경제 추진에 빨간불이 켜졌다. 신설 부처 수장 선임 차질에 따른 국정·행정 공백뿐만 아니라 일자리 창출과 미래 성장동력 발굴이라는 창조경제 로드맵 완성이 상당 기간 지연될 것으로 우려됐다.
◇김종훈, 불명예 낙마 아닌 자진 사퇴…정치권 정조준
김 내정자의 자진 사퇴는 전례가 없다는 점에서 정치권과 관가에 거대 파장을 몰고 왔다. 과거 장관 후보자가 사퇴하는 것은 도덕성 등 불명예로 낙마한 사례가 대부분이었다.
김 내정자는 정치권을 정조준했다. 김 후보자는 박 대통령의 절대적 지지와 기대, 창조경제를 구현할 수 있다는 본인의 신념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이유로 미래부가 출범조차 못하는 현실에 대한 불만을 가감 없이 토로했다.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이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미래부 출범을 지연시킨 것에 대한 좌절감도 내비쳤다. 정부조직 개편안 처리를 둘러싼 여야 정쟁이 지속되자 정부의 기능과 역할이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좌우되는 것에 실망감을 느꼈다는 게 중론이다. 미래부가 출범하더라도 장관으로서 제대로 역할을 할 수 있겠느냐는 좌절감도 한몫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행정학자는 정치에 의해 국정이 표류하는 현실에 대한 불만 표출로 해석했다. 그는 “미래부가 출범하더라도 김 내정자는 정치권의 이해관계에 따라 장관으로서 맡은 바 소임을 다 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사퇴는 우리나라의 정치와 행정 등 구조적 문제를 질타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평가했다.
김 내정자는 사퇴가 새 정부 상징부처 수장으로서의 부담과 관련 있다는 시선을 일축했다. 그는 “과학기술과 정보통신기술(ICT)을 생산적으로 융합, 일자리와 미래 성장동력을 창출해야 미래를 열 수 있다는 대통령 설득에 감명받아 동참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후속 인사 등 부담 가중
박 대통령의 후속 인선 부담은 더 커졌다. 박 대통령이 상징적 부처인 미래부 장관으로 김 내정자를 발탁했지만 중도하차한 만큼 정치적·도의적 책임론도 피할 수 없게 됐다.
박 대통령은 당장 새 미래부 장관 후보자를 물색해야 한다. 하지만 미래부 출범 자체가 불분명하고 장관 후보자가 사퇴한 상황에서 최적의 적임자를 선택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최적임자가 장관직을 수락할지도 미지수다. 새 장관 후보자의 자격 요건도 한층 엄격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여야가 정부조직 개편을 어떻게 합의하든 미래부는 방송의 산업성뿐 아니라 미디어 속성에 대한 이해를 수용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새 장관 후보자가 미디어로서 방송에 대한 통찰력과 확고한 철학, 신념을 겸비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김동욱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원장은 “김 내정자 사퇴로 새 정부가 출발부터 흔들리는 게 아쉽지만 박근혜 정부가 위기를 기회로 반전시키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라며 “새 장관 후보자 선임은 물론이고 창조경제에 대한 흔들림 없는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원장은 이어 야당의 전향적 태도 변화도 수반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원배기자 adolfki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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