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MWC, 기업은 일류, 정부는 삼류?

지난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3`에서 한국 기업들이 주가를 올렸다. 세계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이 총출동한 행사에서 국내 기업들의 전시품목과 기술은 단연 관심사였다. 전시장 메인홀인 홀3에 자리 잡은 삼성전자, LG전자, SK텔레콤, KT 전시관에는 관람객이 넘쳐났다. 최신 단말기와 솔루션, 네트워크 기술을 보려고 세계 각국 사업자들의 방문이 쉴 새 없이 이어졌다. 롱텀에벌루션(LTE) 서비스를 성공적으로 상용화한 SK텔레콤과 KT에 대한 관심도 뜨거웠다.

특히 MWC 부대행사로 열린 `글로벌 모바일 어워드`에서 삼성전자가 `최고 스마트폰상`을 포함해 5개 부문에서, SK텔레콤이 `최고의 LTE 공헌상`을 수상하며 화룡점정을 찍었다.

하지만 글로벌 모바일 어워드 수상 명단을 보며 아쉬움도 있다. 국가나 정부부처를 대상으로 한 시상 분야에서 우리나라 현실과 비교됐기 때문이다. `모바일 브로드밴드를 위한 주파수` 분야에서 뉴질랜드, `m정부 어워드` 분야에서 몰도바가 수상했다. 미국 국제개발처도 상을 받았다.

다른 부문은 차치하고라도, 뉴질랜드의 주파수 분야 수상이 시사하는 바는 컸다. 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회(GSMA)는 뉴질랜드가 `증가하는 주파수 수요에 대응할 투명하고 안정적인 장기 전략을 수립했다`고 평가했다. 에이미 아담스 뉴질랜드 통신정보기술부 장관은 수상에 대해 “미래에 초점을 맞춘 주파수 관리정책, 새로운 무선 기술과 혁신에 대한 뉴질랜드의 노력이 반영된 결과”라고 평가했다.

뉴질랜드는 디지털방송 전환으로 확보한 700㎒ 주파수도 조만간 통신용으로 경매할 계획이다.뉴질랜드가 안정적인 주파수 정책을 세운데 비해 우리나라 주파수 정책은 여전히 난맥상이다. LTE 가입자 증가로 트래픽이 폭증하면서 신규 주파수 확보가 시급하지만, 방통위는 미래부로 신규 주파수 할당계획 확정을 미뤘다. 모바일 광개토플랜에 따라 회수하려던 700㎒ 주파수도 방송사 반발로 올 하반기 이후로 정책방안 결정을 유보했다. 심지어 통신과 방송 주파수 정책을 분리하려는 움직임이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기업은 세계적인 주목을 받는데, 정부는 기업이 발전할 기반조차 제시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시시각각 변하는 글로벌 ICT 시장에선 오늘의 승자가 내일의 패자로 전락하기 일쑤다. 정부가 잘 나가는 기업을 지원하기는커녕 발목을 잡아선 안 된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